2011년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3% 수준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4% 중반)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다른 선진국들보다는 하락폭이 적었다는 평가다. 다만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성장 목표치 설정은 경제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는 게 국책연구기관의 권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국제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의 잠재성장률을 4.3% 내외로 추산했다.
KDI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6%대 중반을 유지하다가 외환위기 충격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4%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통상 경제위기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낮추는 경향을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의 하락이 우려됐으나 최근(2011~2012년)은 4.3%, 2010년대(2011~2020년) 전체로는 4%대 초반(4.0~4.2%)이 예상돼 위기 여파가 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KDI는 "4.3% 안팎은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변화 등을 고려해 2010년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이 4%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 일치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잠재성장률은 기존 추세보다 장기적으로 0.5%포인트 가량 낮아질 전망. 위기가 경제의 장기적인 투자나 생산성을 줄이고 금융중개기능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KDI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존 예상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단기적 충격은 있었지만 자본이나 질적 생산성 같은 장기발전의 기본요소들이 빠르게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이라는 것. KDI는 그 이유로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처럼 금융시스템 붕괴 사태를 겪지 않았던 점을 들었다.
다만 KDI는 정부가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목표를 세우고 거시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7% 성장 목표는 물론, 정부의 올 성장목표치인 5%도 잠재성장률에 비추면 지나치게 높다는 의미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준 부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은 단기 정책으로 개선시키기 어렵고 중장기적인 구조개혁과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체질개선 없이 초과 목표를 장기간 추구할 경우 물가안정이나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중장기 성장 추세. 물가상승 같은 부작용 없이 가능한 모든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도달할 수 있는 성장 수준을 의미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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