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흰 꽃이 피어 추억의 향기 날리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흰 꽃이 피어 추억의 향기 날리고

입력
2011.05.19 05:24
0 0

흰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향기로운 계절입니다. 아카시아 꽃은 나이가 들수록 향기가 더욱 짙어 집니다. 어린 시절 맡던 아카시아 꽃향기와 지금 맡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향기 속에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카시아 잎을 한 잎 한 잎 따며 누군가를 마냥 그리워하며 ‘잎점’을 치던 소년은 지천명을 넘겼고, 그 사이 키가 훌쩍 커 버린 언덕 위의 아카시아는 마치 하얀 포도송이 같은 꽃을 높은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고 제 향기를 강물처럼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은현리 산모롱이를 돌아가면 찔레꽃 흰 꽃이 흐드러지고 있습니다. 배가 고파 찔레 순을 따먹던 세월은 지나갔지만 향기는 여전히 유혹적입니다. 찔레꽃을 Wild rose라 한다는 것을 배우고부터 찔레꽃 앞에서 자꾸 웃음이 터집니다. ‘말괄량이 삐삐’를 닮았던 그 소녀, 우리들의 Wild rose는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어제는 백화등이 피었으니 다녀가라는 형의 말씀에 찾아가 한참이나 꽃향기에 취해 있다 왔습니다. 재스민 향기 같고 수수꽃다리 향기 같은 그 향기의 정답을 찾지 못해, 무슨 향기를 닮았느냐는 형수의 물음에 첫사랑 향기가 난다며 웃고 말았습니다. 백화등에는 다섯 개의 잎을 가진 꽃잎이 마치 프로펠러 같습니다. 마음은 꽃과 같은 프로펠러를 달고 시간의 강을 거슬러 비행하며 섰습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