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박정현 콘서트 '조금 더 가까이'는 사랑과 행복, 이별의 아픔을 노래와 뮤지컬, 현대무용 요소를 섞어 표현한 종합예술무대였다. 미국 유학 후 2년 만에 콘서트를 연 박정현은 관객과 거리를 좁히려는 듯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좌석을 가득 메운 1,100명의 관객 반응도 뜨거웠다.
박정현(35)은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 보여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7일부터 닷새 동안 매일 한 차례 진행되는 공연은 티켓 오픈 3분 만에 5,500석의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공연 관계자는 "2009년 공연 티켓이 3주만에 매진된 것에 비하면 엄청난 호응"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8시 5분 실크드레스를 입고 곡 'Ode'를 부르며 무대에 등장한 박정현은 18세 소녀처럼 상기돼 있었다. 무대 가운데 놓인 크리스털 스탠드 마이크를 움켜쥔 그는 특유의 가는 목소리로 저음과 고음을 현란하게 오가며 무대를 장악했다. 박정현은 "콘서트 이름을 '조금 더 가까이'라고 했는데, 이는 미국 유학 후 여러분을 오랫동안 뵙지 못해 이렇게 가까이서 음악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정현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행복한 마음을 담은 곡 '편지할게요' '치카치카' 등을 부르며 경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는 "사랑을 하면 '자기야'라고 부르는 등 유치해진다. 우리도 부끄러움을 버리고 같이 안무를 하자"며 관객과 어깨를 들썩이는 춤을 추기도 했다. 콘서트가 중반으로 넘어서자, 사랑과 행복의 감정에서 이별로 넘어갔다. 박정현은 임재범과 듀엣으로 불렀던 '사랑보다 깊은 상처','사랑이 올까요' 등을 애절한 목소리로 표현했다. 어둠 속에서 홀로 노란 조명을 받으면서 이뤄진 박정현의 독백은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이번 공연은 여러 장르를 섞은 시도가 돋보였다. '하비샴의 왈츠'를 부를 땐 강렬한 드럼과 함께 붉은 조명이 무대를 가득 메우며 왈츠풍의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꿈에'를 부를 때는 각각 흰 옷과 검은 옷을 입은 무용수 2명이 가사와 노래에 담긴 감정을 무대에서 율동으로 표현했다.
3시간 가까운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박정현은 "이제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함께 신나게 놀자"며 최근 '나는 가수다'에서 불렀던 김건모의 '첫인상'등을 노래했다. 관객 대부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박정현은 "정말 힘들지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 많은 기회가 생겼고, 나를 위한 훈련과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TV를 보고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박정현이 2003년부터 항상 공연 마지막 앵콜곡으로 부른 노래는 시인과 촌장의 1집 앨범에 실린 곡 '좋은 나라'다. 박정현은 "한국에 처음 와 말도 잘 안 통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라며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정말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정현의 바람을 담은 마지막 노래를 경청했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푸른 동산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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