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는 18일 5ㆍ18 민주화운동 31주년을 맞아 광주를 방문해 5ㆍ18 정신의 계승을 다짐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립 5ㆍ18 묘지에서 열린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김문수 경기지사, 정운천 호남특위위원장 이명규 이종구 차명진 이두아 의원 등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광주 영령들이 몸바쳐 이뤄낸 민주, 인권, 화합의 정신을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념식을 마친 뒤 광주 대우일렉트로닉스 공장을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호남 방문은 지난 1월 광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뒤 4개월여 만이다. 이를 두고 최근 과학벨트의 광주 유치가 무산된 데 따른 민심 다독이기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야권의 연대통합을 통한 정권교체'가 5ㆍ18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는 기념식에서 "5ㆍ18로 이룩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새기게 된다"며 "국민이 주인이 되고, 국민의 생활이 편한 사회,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기념식 도중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오자 청중과 함께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반면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황식 총리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손 대표는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일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3년째 기념식에 불참한 것에 대해서는 "와야 되겠죠"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기념식을 마친 뒤 30여명의 의원들과 함께 2시간 동안 묘지를 순례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앞서 손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광주정신을 받들어 민주개혁진영의 대통합과 혁신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9개 시민사회단체는 기념식이 끝난 후 묘역 내 역사의 문 앞에서 민주당 손 대표를 제외한 야3당 대표들에게 "야4당이 이른 시일 내에 야권연대와 2012년 정권교체를 목표로 삼고 재야 진보세력을 포함한 초당적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념식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여야 정치인들의 '호남 민심 잡기'식 참배 행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기념식이 끝난 뒤 행방불명자 묘역 앞에 있던 유족 오쌍금(78)씨는 손 대표 일행을 향해 울부짖기도 했다. 남편의 묘에 소주잔을 올리던 전기순(81)씨도 "해마다 5ㆍ18이면 정치인들이 대거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정신 들먹거리며 화합이니 어쩌니 하고 떠드는데, 솔직히 그때뿐이더라"고 쓴소리를 했다.
5ㆍ18 민주항쟁 서울기념사업회도 이날 오전 서울광장에서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ㆍ18 민중항쟁 제31주년 서울 기념식'을 열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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