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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하청업체 교묘히 관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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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하청업체 교묘히 관리해 왔다"

입력
2011.05.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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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하이닉스반도체가 그동안 퇴직 임원을 하청업체 대표로 내려보내 관리하며 단가 인하 등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업계와 관련 하청업체들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하청업체 관리 방법은 교묘했다. 우선 하이닉스 임원이 퇴직하면 해당 임원이 대표를 맡아 하이닉스에 납품하는 하청업체를 설립한다. 퇴직 임원에게는 하이닉스 근무 시 연봉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내부에서 정한 2~ 3년 임기 동안 하이닉스가 원하는 가격과 물량 등에 맞춰 납품을 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임기가 끝나면 하청업체 대표를 맡은 전직 임원은 사장 직에서 물러나며 폐업 신고를 한다. 이후 새로 그만두는 하이닉스의 퇴직 임원이 다시 생산 시설과 인력을 그대로 인수해 이름을 바꿔 회사 설립 신고를 하고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즉, 업체는 존속하지만 사명과 대표만 계속 바뀌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최근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회사 이름이 계속 바뀌었다"며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퇴직 임원도 챙기고 도급업체도 수월하게 관리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가 전직 프로그램(아웃 플레이스먼트) 제도라는 명목으로 퇴직 임원들에게 대표자리를 보장해 주는 하청업체는 경기 이천, 충남 천안 공장 일대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겉으로 독립된 중소업체이지만, 사실상 하이닉스의 자회사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의 이런 하청업체 관리 방식이 다른 중소업체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조건이 다른 하청업체에도 적용되면서 업계 전반의 공급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하이닉스는 이렇게 설립한 하청업체들에게 특별한 방법으로 공급 단가 관리 등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모 업체 관계자는 "하이닉스 직원들이 직접 찾아와 직원 임금 명세서, 원천징수 영수증, 손익계산서 등 기업 비밀에 해당하는 문서들을 과도하게 챙겨갔다"며 "이를 근거로 하이닉스는 납품 가격을 임의로 정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하이닉스는 2009년 12월부터 작년 7월까지 반도체 검사 업체 4곳의 단가를 인하했다. 이로 인해 이중 한 업체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하청업체들은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하이닉스의 요구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거래 관계를 바꾸기 힘들다. 반도체 업계는 하청업체들이 원청 업체인 대기업의 설비에 맞춰 생산 시설을 갖춘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서로 다른 반도체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이닉스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모든 생산 시설을 새로 갖추지 않는 한 다른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할 수 없다.

이런 현실도 하청업체들이 부당한 거래 관행을 벗어나는데 한계로 작용했다. 모 하청업체 관계자는 "생산효율을 높여 매출이 증가하면 하이닉스는 이마저도 돈을 많이 벌었으니 공급 단가를 낮추라는 구실로 삼았다"며 "사실상 중소 하청업체들의 매출 증대를 막아온 셈"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일부 하청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하이닉스의 부당 행위를 조사해 달라며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원청업체가 직접 임금을 주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대표 임명을 통해 임금 등에 영향을 끼친다면 하청업체의 경영상 독립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고 내용을 검토한 뒤 조사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퇴직 임원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전직 프로그램을 마련해 내부의 정당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몇몇 하청업체가 공정위에 신고, 경영 간섭과 부당한 단가 인하를 요구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하청업체 대한 정기 실적평가 차원에서 경영상황의 일부를 들여다 본 것이며, 납품단가 인하 요구 때도 공급 물량을 늘려주는 방법으로 이를 상쇄시켜주는 등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혜택을 받은 퇴직 임원들이 누릴 것은 다 누리고,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채희선 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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