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감세 문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야 의원들의 입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추가 감세 철회 입장을 나타낸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근 당내 기류를 반영하듯 크게 세 갈래의 견해를 보여줬다.
한나라당의 경우 대체로 친이계 의원들은 정부 기조에 따라 소득세ㆍ법인세 감세를 모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주류 소장파 의원들은 소득세ㆍ법인세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견해를, 친박계 의원들은 법인세만 감세하자는 입장을 각각 보이고 있다.
신주류 소장파인 권영세(3선) 김성식(초선) 의원은 소득세ㆍ법인세 추가 감세를 모두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구주류인 친이계 정양석(초선) 의원은 소득세ㆍ법인세를 추가 감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친박계인 이한구(3선) 의원과 중립 성향의 이종구(재선) 의원은 법인세만 추가 감세를 해야 한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안에 동의했다.
다만 당 비전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는 친이계 나성린(초선) 의원은 당내 의견 조율을 위해 절충안인 박 전 대표 대안을 차선책으로 선택했다. 친이계의 강길부 권경석(이상 재선) 윤진식(초선) 의원과 친박계 김성조(3선) 의원, 중립 성향의 김광림(초선) 의원 등은 구체적 답변을 유보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은 25일 추가 감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를 주장한 의원들은 "서민ㆍ복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더 이상의 추가 감세를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에 동참한 중립 성향의 김성식 의원은 "금융위기 이전까지 감세 정책이 우리 경제에 기여했지만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감세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세청장을 지낸 이용섭(초선) 민주당 의원도 "추가 감세는 국가가 빚을 내서 대기업과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초선) 의원은 "추가 감세안을 철회하고, 오히려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필요성을 주장한 의원들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기업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도 성향의 한나라당 유일호(초선) 의원은 "법인세 추가 감세는 기업 투자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며 "민주당이나 쇄신파가 주장하듯이 대기업뿐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들도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영애(초선) 의원은 "경제가 발전하려면 작은 정부에 작은 세금이 중요하다"며 추가 감세 찬성 입장을 밝혔다.
소득세와 법인세 중 법인세만 감세해야 한다는 의원들은 추가 감세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절충안 선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국내 기업들이 법인세 외에 준조세를 더 부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법인세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며 "고소득층의 소득세에 대해 중과세하는 것은 경기에 영향을 덜 미치므로 소득세 감세를 철회해도 된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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