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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심리학 책이 잘 팔린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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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심리학 책이 잘 팔린다는데

입력
2011.05.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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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의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2월 초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라 12주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고민을 상담을 통해 풀어준 저자의 경험이 생생하게 녹아 있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사람의 심리와 관련된 책이 많이 읽힌다. 심리학 책이 인문서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이후다. 두세 권이 한꺼번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등의 제목을 단 책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심리학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심리학 책이 읽히는 이유는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사람 심리에 대한 성찰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심리학과가 대학 인기학과 순위에서 상위에 꼽히는 것을 보면 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이미 시대의 큰 조류로 굳어진 듯하다. 그런데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다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개신교 교세의 위축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알다시피 개신교가 성장한 것은 197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였다. 서울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이 팍팍해진 삶의 스트레스를 교회에 가서 풀었다. 물질적 풍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양심에 거리끼는 일도 해야 했고 남에게 싫은 짓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일요일에 교회에 가서 회개만 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하니 그곳에서 위안과 안식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한국 개신교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교회 성장을 이룬 데는 물론 다른 요인도 있었지만 이 같은 시대의 심리적 상황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변했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일어난 조용기 원로목사 가족을 둘러싼 잡음과 유사한 일이 여러 교회에서 벌어졌다.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 은퇴 후의 교회 내분,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실언 등 교계 지도자들의 행보를 둘러싼 파문이 이어졌다. 목사가 자기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목회 세습을 비롯해 교회 사유화가 논란이 됐고, 교회 성장을 이끌었던 카리스마 있는 목회자들이 은퇴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삶은 더욱 팍팍하고 힘들어졌는데 교회가 대형화되다 보니 개인적으로 고민을 상담할 기회조차 얻기 쉽지 않았다.

그 무렵 대형교회의 텃밭인 강남에 심리상담소가 크게 늘어났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정신과를 찾던 과거와 달리 임상심리, 상담심리 등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높아져 심리상담을 꺼려하지 않게 된 것도 한 요인이었다. 삶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은 심리적 갈증을 종교가 해소해주지 못하니 사람들이 교회 대신 심리상담소를 택했다는 것이다. 심리학 책이 인문학 출판의 트렌드가 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인 것 같다. 자신의 문제를 이성적으로 스스로 해결해보겠다는 마음이 커진 것 같기도 하다.

종교의 가르침 대신 심리학에서 해답을 찾게 된 것은 기독교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었다. 한국 사회도 이를 뒤따르는 것일까. 어쨌든 심리학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남경욱 문화부 차장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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