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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참을 수 없는 한낮의 졸음… 우울증 등 다른 원인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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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참을 수 없는 한낮의 졸음… 우울증 등 다른 원인일 수도

입력
2011.05.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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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 오는 시기다. 대부분 춘곤증 때문이다. 춘곤증은 몸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낮에 졸음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춘곤증이 아니라 기면병, 우울증, 수면무호흡증 등 다른 질병 때문일 수 있다.

춘곤증

해가 길어지면서 우리 몸의 생체시계도 바뀐다. 또 기온이 올라가면서 겨우내 굳은 근육이 처지고 혈관이 팽창하면서 나른하고 졸리게 된다.

춘곤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문제다. 낮에 심하게 졸리는 것은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른의 평균 수면시간은 8~9시간. 낮에 일상 생활을 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면 6시간보다 적게 자도 문제가 없다. 문제는 수면시간(양)이 아니라 숙면 정도(질)다.

정상적인 수면상태에선 마치 잠잘 때 급속한 안구운동이 생기는 렘(REM)수면과 느리게 안구가 움직이는 비(非)렘수면이 번갈아 나타난다. 렘수면은 잠이든지 90분 뒤쯤 시작돼 몇 분간 지속되다 새벽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비렘수면은 1, 2단계의 얕은 수면상태와 3, 4단계의 깊은 수면상태로 나뉜다. 잠자는 동안 비렘수면의 3, 4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렘수면에 이상이 생기면 숙면하지 못해 낮에 졸리게 된다.

기면병

말을 하거나 길을 걷거나, 혹은 운전하는 등 어떤 행동을 하다가 느닷없이 잠이 오는 증상이다. 수업 중이나 회의 도중에 졸아 불성실한 사람으로 오해받고, 심지어 운전 중에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뇌 시상하부에서 정상적으로 깨어 있게 하는 물질인 히포크레틴이 적게 만들어져 생긴다. 이 때문에 REM수면이 정상적이지 않아 수면발작이나 수면마비를 초래하고 낮에 졸리게 된다. 요즘 같은 따뜻한 기온 탓에 생기는 춘곤증과는 구분된다. 춘곤증은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단순한 졸음이지만 기면병은 쉴 새 없이 쏟아져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된다. 미국 세팔론사가 개발해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기면병 치료제 '프로비질(성분명 모다피닐)'이 JW중외제약을 통해 국내에 출시돼 있다.

수면무호흡증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20~30초 가량 숨쉬지 않는 증상이 5번 이상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자는 동안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뇌는 깊은 수면에서 저절로 깨어난 수면 중 각성상태가 된다. 신체는 잠을 자지만 뇌는 깨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잠을 푹 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낮에 쏟아지는 졸음의 원인이 수면무호흡증이라고 알아채기 힘들다.

수면무호흡증이 지속되면 고혈압과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지현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10초 이상 숨쉬지 않는 횟수가 시간당 7번 이상이면 심각한 수면무호흡 증후군"이라며 "호흡이 순간적으로 정지되면 저산소증을 일으켜 뇌경색과 심근경색, 고혈압 등이 생길 수 있고, 자칫 돌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병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하며, 잠잘 때 공기를 불어 넣어주는 양압기, 양악수술, 구강 내 장치 등으로 치료한다.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다. 뚱뚱하면 잠잘 때 기도가 압박돼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성완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흔히 살을 빼면 수면무호흡증이 사라질 것으로 오해하고 치료받지 않지만 이 병에 걸리면 살을 빼도 완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울증

신체적인 이유 없이 잠이 많아지고 식욕이 없어지면 춘곤증이다. 하지만 식욕까지 좋아지면 '비정형적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식욕이 잃고 불면증을 겪지만, 우울증의 35%를 차지하는 비정형적 우울증은 식욕이 늘고 불면증을 겪지만 낮에도 잠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주로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며 비정형적 우울증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를 4~9개월 먹으면 대부분 우울증이 치료되고 주간 졸림증도 사라진다.

숙면 위한 침실 만드는 것이 우선

숙면을 위해선 잠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우선 침실은 잠만 자는 곳으로 인식하고 소음도, 조명 등을 잠자기에 최적화하는 것이 좋다. 또,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이다.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정해두고 퇴근 후 지나친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다. 가능한 자신의 생체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잠을 잘 때에는 충분히 마음을 비우고 잠을 자고 낮에 활동하는 시간에는 활기차게 활동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과격한 운동보다는 가볍게 땀을 흘릴 수 있는 산책이나 자전거타기 등이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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