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젓가락을 보면서 숫자 11을 떠올리고 숟가락 속에 담긴 9를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연산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을 보고 느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수학은 놀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함기석(45)씨는 교사 출신 시인이다. 최근 <숫자벌레> 라는 동시집을 낸 그는 18일 "수학에 대한 저의 관심과 문학적 열망이 녹아 든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숫자를 꺼리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숫자벌레>
함씨가 처음부터 작품 속에 수학을 녹여낸 건 아니었다. 논리적인 세계관이 좋아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주변에 문학적 교감을 할 친구도,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4학년 때인 1992년 계간지 '작가세계'에 '신고린도전서식 서울사랑'이란 작품으로 당선되며 다시 한번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자칫 문학적 재능이 사장될 뻔 했던 것이다.
그는 한양대 수학과 졸업 후 벤처기업 등에서 일하며 12년 간 서울생활을 하다 2004년 고향인 청주로 내려온다. 청주 봉명중학교에서 6개월 간 기간제 교사를 하며 자연스레 연산능력 등 시험만을 위한 수학교육에 회의를 갖게 됐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취도나 흥미가 떨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이후 작가로 전업한 함씨는 동화인 <야호수학이 좋아>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아이들에게 세상 곳곳에 스며있는 숫자를 찾아주는 길라잡이가 됐다. 야호수학이>
이번 작품에서 그는 '하느님도 수학을 좋아해'라는 시를 통해 '눈이 내린다 점 점 점/비가 내린다 선 선 선/눈은 하느님의 점 찍기 놀이/비는 하느님의 선 긋기 놀이'라며 도형의 기본개념을 시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초등학생인 두 자녀에게도 "네가 누워 있는 방은 육면체야. 넌 직육면체 도형 안에 들어와 있는 거지"라며 일상 속에서 수학을 만나게 했다.
그는 자신의 문학관에 영향을 끼친 작가 중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폴 발레리를 꼽았다.
"대학시절 홀로 습작을 하며 발레리의 작품세계에 빠졌죠. 사회를 이성적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점이 수학적 사고방식에 익숙했던 제게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함씨는 "요즘 서로 다른 학문들이 경계 없이 교류하듯 문학도 수학, 공학, 의학 등 다른 세계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작품 속에 자연현상과 과학법칙 등을 담으려는 노력을 한다면 문학에 또 다른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씨는 이번 작품에 이어 <황금비율> 이라는 동화를 통해 자연 속에 녹아 있는 황금비(우리 눈에 황금비율>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기하학적 비율(1대1.618)로 미술, 건축분야에 널리 응용되는 개념)로 다시 한번 아이들과 만날 예정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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