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대한민국이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되도록 대회를 운영 하겠다."
뜻밖이었다. 오는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운영을 총괄 지휘하는 문동후 사무총장은 육상을 앞세우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개최 도시 홍보와 국격 향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문총장은 "연인원 80억명이 시청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전세계 어디에서라도 대구와 대한민국을 떠올릴 수 있도록 브랜드를 알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정(情)을 강조하는 한국인의 따뜻한 정서가 세계인들에게 널리 퍼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개인적인 경험담도 털어놓았다. 10여 년 전 미국의 한 방송사 인기 퀴즈프로그램에 '대구와 부산, 두 도시가 있는 나라가 어디냐'는 문제가 나왔는데 아무도 맞추지 못했다며 당시의 씁쓸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지난 11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 사무실에서 문총장을 만났다. 마침 대구 국제육상경기대회를 하루 앞두고 한 여름 장맛비처럼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내일 대회가 폭우 때문에 차질을 빚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 정도 비는 끄덕도 없다. 대구스타디움의 배수능력은 전세계 경기장중에서 최고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육상선수권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스포츠 제전으로 통한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개최함으로써 한국은 7번째로 3대 제전을 모두 개최한 나라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문총장은 이를 '스포츠 G7'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육상에서 올림픽 챔피언이 나와야 명실공히 G7 반열에 오르게 된다"며"스피드 스케이팅과 수영에서도 월계관을 썼는데 육상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ㆍ고교와 대학 때 배구선수로 활동했다는 문총장은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을 실무자로서 참가한 데 이어 2002 한일월드컵 땐 사무총장을 맡아 진두 지휘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육상선수권과 인연을 맺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문 이력이다.
그는 "세계육상선수권은 단일 종목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부딪쳐 보니 머리에서 쥐가 날 정도로 예민한 종목이더라. 사실 1,000분의 1초까지 계측해서 순위를 매기는 종목이 육상 아닌가. 동시다발적으로 경기가 진행돼 숨돌릴 틈도 허용하지 않더라"라며 웃었다.
한국 육상이 세계수준에 한 참 뒤떨어져 자칫 외국선수들만의 잔치에 그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실력차이를 하루 아침에 줄일 수 없지만 10개 종목에서 10명의 결선 진출자를 내겠다는 '10-10프로젝트'를 통해 개최국의 자존심은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총장은 특히"이번 대회를 선수들만의 기록경쟁에서 관중들이 주인공으로 함께 호흡하는 대회로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육상을 종합엔터테인먼트 종목으로 탈바꿈 시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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