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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000만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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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000만원의 행복

입력
2011.05.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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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억1,000만원을 받던 스타가 2,000여 만원의 연봉에도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름답고 명예로운 퇴장을 위한 선택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총알낭자' 김영옥(37)은 지난달까지 여자프로농구 국민은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김천시청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김영옥은 오는 22일 팀 훈련 합류를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조였다.

주위에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연습하지 않아도 아마추어에서는 잘할 수 있지 않냐"고 하지만 김영옥의 생각은 다르다. "기왕 멋있게 마무리하려고 입은 유니폼인데 대충 할 수 있나요? 전국체전에서는 우승컵도 들어올릴 겁니다."

김영옥은 지난 5일 자유계약선수(FA) 협상에서 원 소속팀인 국민은행을 포함한 6개 구단 모두와 계약에 실패했다. 순조로울 것 같았던 국민은행과 재계약은 동갑내기 정선민이 입단하면서 틀어졌다. 2006년 2억1,000만원으로 여자농구 최초로 연봉 2억원 시대를 연 김영옥이지만 더 이상 팀의 중심이 될 수 없었다. 정선민, 김영옥은 서장훈(전자랜드) 추승균(KCC)과 함께 한국프로농구 최고령 선수다.

김영옥은 "추한 모습 보이기 싫어 나이 먹고는 늘 1년 계약만 했었다"며 "팀에서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니 속상했다. 적어도 1년은 더 뛸 힘이 남아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시즌 김영옥은 평균 36분을 뛰며 14.1점(전체 3위) 3.9어시스트로 코트를 호령했다.

자존심에 생채기가 난 김영옥은 코트를 떠나려 마음먹었지만 김천시청의 끈질긴 구애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1년 후배 장선형(36)과 함께 김천시청 유니폼을 입고 10월 전국체전까지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로 했다. 김영옥은 "돈 때문이었다면 눈 딱 감고 국민은행에 남았을 것"이라며 "해설자나 코치나 모두 선수생활 끝나고 생각할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솔직히 돈도 제법 벌었다"는 김영옥은 "비록 아마추어라도 마음껏 농구공만 잡을 수 있다면 상관없다"며 웃었다. 올해로 성인무대 19년째인 김영옥은 "어느덧 4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만은 변함이 없다"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약속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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