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계의 거물에서 하루 아침에 성폭행범이 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점점 고립무원의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IMF의 양대 축인 미국와 유럽 정부는 총재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과거 추행까지 고구마줄기처럼 속속 드러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스트로스 칸이 IMF를 이끌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미 행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각국 장관들도 일제히 스트로스 칸 총재를 성토했다. 마리아 페크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그는 자신이 IMF에 상처를 입히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고,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도 "자진 사임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미 사법당국과 IMF는 스트로스 칸 총재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 의지를 밝혔다.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스트로스 칸 총재의 행위는 '공식적인 업무'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면책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IMF도 "총재의 면책 특권은 제한돼 있으며 이번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뉴욕의 악명 높은 라이커스 아일랜드 구치소로 이감된 뒤 첫 밤을 보낸 스트로스 칸 총재는 이날 정신 감정을 받은 데 이어 24시간 자살방지 감시를 받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NBC 방송은 "그가 매 15~30분 간격으로 감시를 받고 있으며 자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지와 상의가 붙은 '점프수트'를 입고, 끈이 없는 신발을 신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트로스 칸 총재의 변호인단은 그가 피해자인 호텔 여종업원과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진 것이라는 전략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8년 IMF 서아프리카 지부 책임자였던 피로스카 나지 경제학자와 부적절한 관계가 맺은 것이 들통난 뒤 봉합했던 방식과 똑같다. 벤저민 브래프먼 변호인은 법정에서 "스트로스 칸 총재가 호텔 여종업원에게 달려들었을 수 있지만 이는 그녀가 원했던 것"이라며 "두 사람의 관계가 강제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고 뉴욕포스트가 전했다.
그러나 여종업원의 변호인인 제퍼리 샤피로는 "피해자는 스트로스 칸이 누구인 지 사건 후 하루 이틀이 지날 때까지 몰랐으며 그녀는 정책적 판단과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음모설을 일축했다. 샤피로 변호사는 또 "피해 여성은 진실을 말하고 있으며 스트로스 칸이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얘기는 일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의에 의해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일부 주장을 일축했다.
2008년 스트로스 칸 총재와 나지 당시 아프리카 지부 책임자의 성관계도 "스트로스 칸 총재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IMF 집행이사회는 당시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지만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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