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차용규씨, 샐러리맨 신화냐 탈세왕이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차용규씨, 샐러리맨 신화냐 탈세왕이냐

입력
2011.05.18 11:42
0 0

사상 최대규모의 해외탈세조사를 받고 있는 '구리왕(王)' 차용규씨(사진). 그는 억만장자의 꿈을 이룬 샐러리맨의 신화일까, 아니면 전무후무한 조세포탈범일까.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리겠지만 그의 인생역정이 남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한 차씨는 독일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1995년 카자스흐탄 알마티지사로 옮기며 인생일대의 전환기를 맞는다. 쓰러져가던 카자흐스탄 국영 구리 생산업체인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맡은 삼성물산의 직원으로서 그는 불과 5년만에 이 회사를 자산가치 30억달러의 세계 9위의 업체로 이끌었고, 발군의 경영능력을 인정 받아 2000년 카작무스의 공동 대표에 올랐다.

이후 2004년 삼성물산은 카작무스 위탁경영에서 손을 뗐고, 차씨는 현지 유력인사와 손잡고 이 회사 지분 대부분을 사들였다. 이듬해엔 런던 증시에까지 상장된 이 회사는 글로벌 구리시장 호황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2006년 카작무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2007년 보유 주식 전부를 14억달러(1조5,000억원)에 매각, 그 해 미 경제주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0대 거부 754위(국내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삼성물산측이 상장 대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차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페리파트너스사에 카작무스 지분을 서둘러서 헐값에 넘긴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삼성물산이 차씨를 통해 비자금을 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설도 파다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특검에 카작무스 매각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차씨와 관련한 이런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선 상태. 삼성물산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페리파트너스 대표가 언제 차씨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지분 매각 당시 차씨와는 무관한 회사였다"며 "특히 카작무스의 상장 계획 역시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카작무스 지분 매각 후 차씨는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하지만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자본금 1달러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존재하는 명목회사) 월드와이드컨설팅리미티드를 설립, 서울과 대전, 제주 등지에서 잇따라 대형 빌딩을 매입하며 국내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차씨의 지인인 최모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로, 차씨가 실질적인 주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또 휴면법인 등을 인수, 부동산개발업체로 등록을 바꾸고 국내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드와이드컨설팅이 국내에서 사들인 건물(지분 포함)은 10여개. 적게는 수십억원짜리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들로, 모두를 합한 시가는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포브스에 따르면, 차씨는 주식투자 실패 등으로 한때 14억 달러에 달했던 자산의 상당 부분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포브스가 밝힌 차씨의 자산은 2009년 기준 4억달러(4,300억원)로, 2007년(14억달러) 대비 70%나 감소했고, 국내 자산 순위에서도 8위에서 29위로 떨어졌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