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88) 전 미 국무장관이 한국전쟁 당시 미국 중국 소련(현 러시아)은 모두 상대방에 대해 잘못된 전략적 판단을 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키신저는 17일 시판된 저서 (On China)에서 1950년 김일성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에 대해 "김일성과 소련 스탈린은 '미국이 한국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도 '중국의 한국전 참전은 중국의 역량을 넘어선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오쩌둥(毛澤東)도 '미국이 중국 본토와의 전면전을 벌일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키신저는 특히 미국의 경우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전략과 입장이 없었다고 실토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후에야 한반도가 통일될 때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확정했다는 것. 그러나 이마저도 오판이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는 중국이 북중 국경지대를 따라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제에 입각한 것인데, 중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전에 참전한 이유에 대해서도 키신저는 "마오쩌둥은 미군의 참전 이후 중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북한이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를 막기 위해 진작부터 참전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현실화하지 않은 위험에 대응하는 선제적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국이 장기적 측면에서 한반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지 인식하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키신저는 한국전쟁을 결산하며 "미국은 북한의 침공을 격퇴하고, 신생 동맹국을 지켜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도 신생 공산주의 국가의 위상을 과시하며 강대국 미국과 싸워 버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 때문에 최대 패배자는 스탈린이었다. 그는 한반도의 공산 통일에도 실패했고, 참전을 통해 중국의 소련 의존도를 높이려는 의도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전 종전과 더불어 중국은 독자적 사회주의 노선을 걷게 됐고, 이러한 역사적 흐름이 79년 미중 국교정상화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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