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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소통 없는 인사시스템이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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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소통 없는 인사시스템이 주범

입력
2011.05.1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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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개각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장관 후보자들과 관련된 의혹들이 연일 신문 지상에 단골 메뉴로 오르고 있다. 간혹 '문제 제기치고 이건 좀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일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위장전입과 세금 탈루 의혹, 병역 기피 등 과거 개각 때 후보자들의 발목을 잡았던 문제점들이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 후보자 부부가 2008년 5월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에 거액의 헌금을 내며 다니다 이번 개각이 발표되기 두 달 전에 다른 교회로 옮긴 것이 알려지면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개각이란 말이 다시 나돌고 있다.

이번엔 '전관예우' 가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가 국토해양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 들어가 5개월 동안 1억2,700만원을 받은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판검사가 퇴직하고 변호사를 개업하면서 자신이 근무하던 법원∙검찰의 사건을 맡아 해결해주고 높은 수익을 올리던 전관예우는 우리 사회가 뿌리뽑으려 노력해 왔던 고질적인 악폐였다. 마침 지난 17일부터 변호사 개업을 하는 판검사가 퇴직 전 1년간 근무하던 법원∙검찰의 사건을 1년 동안 맡지 못하게 하는 '전관예우 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전관예우는 법조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적 공감을 얻자 행정안전부는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 후 일정 기간 로펌이나 세무∙회계법인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고위 공직을 퇴직한 뒤 대형 로펌으로 직행했던 사람이 장관에 내정된 것이다. 이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의 중심에 놓고 있는 '공정사회'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당초 이번 개각이 발표됐을 때 인사검증과 관련된 큰 문제들이 별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이외에는 야당이 표적으로 삼을 만한 대통령의 측근들이 눈에 띄지 않은데다, 나름의 검증을 거친 공무원들과 전문가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때마침 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이 바뀌어 제대로 자리잡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정치적 상황도 청와대측에 유리했다.

그런데도 장관 후보자들과 관련한 의혹들이 지난번 개각 때보다 결코 적지 않은 것은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청와대 인사라인 관계자는 "지금의 검증 잣대를 과거 정권에서 입각한 사람들에 적용하면 한 사람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내각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김황식 총리나 김관진 국방장관은 입각할 때 1순위 인물이 아닌 '대타' 였다. '사람이 없다'는 말로 모든 것이 해명될 수는 없다.

결국 소통 부재가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다. 청와대는 6일 개각을 발표하는 시각까지 인사 내용을 철저히 함구했다. 한 달여 동안 언론이 개각 추적 기사를 쓰는 동안 인사 실무 책임자가 언론에 한 유일한 말은 "타율이 낮다" 였다. 결국 언론은 '완벽한 오보'라는 망신을 샀다. 적어도 대략의 개각 방향과 검토될 수 있는 인사들을 언론 등에 말해 사전 여론 검증을 거쳤다면 전관예우 등이 어느 정도의 문제가 될지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집이 아니라 오만'이라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로 밀실 인사시스템에 집착한 끝에 나온 이번 개각에서 만일 낙마자가 나온다면 인사 실무의 오류를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동국 정치부 차장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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