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가 7ㆍ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의 개정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 쇄신 방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박 전 대표가 19일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을 변경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자 정 전 대표는 20일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전당대회와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여권 대선주자 간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박 전 대표가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을 유지하자는 입장을 표명한 것도 대선 구상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은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폐지해 대선주자들이 대표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 몇 가지 리스크(위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특임장관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손을 잡고 특정 주자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은 대표 경선을 통해 '대항마'가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선주자들 간의 예비 경쟁 구도를 차단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친이계의 조직 선거 가능성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또 박 전 대표가 대표 경선에서 승리해 대표직을 맡더라도 정치적 장애물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약진하고 여당이 사실상 패배할 경우 대표가 책임론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은 또 "박 전 대표 시절 만든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박 전 대표가 나서서 고친다는 것은 원칙의 정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 유지 입장에 대해 공세를 퍼부었다. 정 전 대표는 20일 개인 성명을 통해 "현행 규정을 유지하자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당이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무엇을 위한 원칙이고 무엇을 위한 당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 측은 "총선 등을 앞두고 모든 인적 자원을 총력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선주자가 주요 당직을 맡지 못하게 하는 규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 등 전대 규칙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어 25일 예정된 의원총회와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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