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와 중이온가속기는 한국의 기초과학과 첨단과학 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겁니다."
'충돌의 여왕'으로 불리는 세계적 여성물리학자인 김영기(49∙사진)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부소장이 18일 한국을 찾았다.
페르미연구소는 입자가속기를 이용한 연구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쌍벽을 이루는 곳이다. 작동 원리가 비슷한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설 과학벨트 입지가 선정된 직후라 김 부소장의 방한 배경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이온가속기를 둘러싼 국내ㆍ외 물리학자들 간 협력 움직임이 시작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페르미연구소의 입자가속기와 과학벨트의 중이온가속기는 사실 좀 다르다. 입자가속기는 양성자를 충돌시켜 소립자를, 중이온가속기는 수소나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충돌시켜 원자핵을 만들어낸다. 입자가속기는 주로 힉스나 쿼크 등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들의 특성 연구에, 중이온가속기는 새로운 원자핵이나 원소들을 만들어 내는 연구에 쓰인다.
김선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연구 대상은 다르지만 입자가속기와 중이온가속기의 기본적 원리는 같다"며 "기술을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중이온가속기 짓는 데 페르미연구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19일 열리는 기초기술연구회 포럼과 21일 열리는 고등과학원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기초기술연구회는 페르미연구소를 비롯한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17개 연구 기관과 연구회 소속 13개 연구 기관 간 공동연구MOU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이를 위해 DOE 소속 연구 기관들의 현황을 논의하는 자리다. 고등과학원 간담회에선 중이온가속기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와 김 부소장을 비롯한 국내ㆍ외 입자물리학자들이 모여 중이온가속기의 구체적 활용 방안을 논의한다.
김 부소장은 1990년 페르미연구소의 '양성자∙반양성자 충돌실험그룹(CDF)'에 참여해 소립자의 하나인 톱쿼크를 처음 발견했고, 2004년엔 CDF의 대표로 선출됐다. 이어 2006년 페르미연구소 부소장 자리에 올랐다. 노벨상 수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한국 과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미국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는 2000년 '향후 20년간 세계 과학 발전을 주도할 과학자 20명'의 한 사람으로 김 부소장을 선정하면서 '충돌의 여왕'이란 별명을 붙였다.
임소형 기자 pre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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