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밥' 최철기 감독"이런 넌버벌 작품 20개쯤 나와서 서울의 상징 됐으면"
"저희 '비밥'은 비트박스, 아카펠라, 비보잉이 섞인 소리를 주제로 한 공연이에요. 타악이 주인 '난타', 무술이 주인 '점프'와는 차이가 있죠."
외국인 관객도 많이 찾는 국내 대표 비언어극인 '난타'와 '점프'에 이은 신작 넌버벌 '비밥'의 개막(27일)을 앞두고 있는 최철기(38) 감독을 14일 정동 세실극장 리허설 무대에서 만났다. 뿔테 안경 너머의 부리부리한 눈과 가죽점퍼는 그를 고집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난타' 연출자, '점프' 총감독 출신인 최 감독의 신작을 놓고 공연계에서는 모사 논란도 인다. '난타'의 저작권사인 PMC 송승환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중간중간 흡사한 신이 있고 도마가 있는 요리대에 바퀴를 다는 등 소품을 베낀 것도 있어 제작사 측에 수정을 요구했다"며 "최악의 경우에는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4일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이 공연은 출연자가 칼로 야채 등 비빔밥 재료를 자르며 타악 효과를 내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거나 요리 대결을 펼쳐지는 콘셉트가 '난타'를 떠올리게 했다. 주방을 뛰어넘는 묘기나 코믹 연기는 '점프'의 무술 대결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송원준 등 래퍼의 랩과 비트박스, 손문 등 비보이의 춤, 정지은 등 뮤지컬배우의 아카펠라가 어우러진 흥겨운 퍼포먼스는 분명 차별성이 있었다. 가장 압권은 공연의 마지막 장면. 관객이 선택한 재료로 비빕밥 피자 등 요리를 완성한 두 주방장이 요리 대결을 벌이던 주방 벽면이 갈라진다. 100여개의 스피커가 배경으로 등장한 가운데 8명의 출연자가 랩 춤 노래를 총동원해 아리랑 믹스 음악을 배경으로 한판 놀이를 벌인다.
최 감독은 "비빔밥에 여러 재료를 섞듯이 '믹스 앤 하모니'한 공연을 만들고자 했어요"라고 말했다.
모사 논란에 대해 그는 "지난해 참가한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는 2,000~3,000개의 별의 별 공연이 다 나오더라고요. 셰익스피어가 영국인의 절반을 먹여 살린다는 얘기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에 '난타' '점프' 같이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 적어도 20개는 돼야 세계 공연계에서 의미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작품이 처음 나왔을 때도 '스텀프'나 '블루맨그룹' 공연과 비교한 아류 논란, 상업성 논란이 있었죠. 그런 데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관객과 계속 만나면서 관객과 연출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완성하는 데 개막 후 1년은 더 힘을 쏟을 생각이에요."
최 감독은 "언젠가 뮤지컬과 넌버벌을 크로스 오버한 공연도 만들고 싶어요. 막걸리를 소재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 데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누구든 이런 공연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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