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채광업체 지분 소득ㆍ국내 부동산 등 초점사실일 땐 추징금 규모 사상 최대 7000억 관측
무일푼으로 시작해 카자흐스탄에서 1조원 대의 거액을 벌어들인 ‘구리왕’ 차용규(55)씨에 대해 국세청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탈세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추징금 규모가 지난달 국세청이 시도상선 권 혁 회장에게 추징했던 4,1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여, 사상 최대의 역외 탈세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차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포착하고 역외 탈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차씨가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의 지분을 팔아 번 1조원대의 소득에 대한 탈세 혐의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국내 부동산 탈세에 조사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추징 규모가 7,0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차씨는 삼성물산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일하다가 1995년 카자흐스탄 최대의 구리 채광ㆍ제련 업체인 카작무스의 위탁 경영을 맡으며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파산 직전에 몰렸던 회사를 불과 5년만에 세계 9위의 업체로 변모시켰으며, 그 덕에 이 회사의 자산가치가 30억 달러로 급증했다.
삼성물산은 2000년 카자흐스탄 정부 요청으로 카작무스 지분 45%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는데, 당시 차씨는 회사를 일으킨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대표가 됐다. 2004년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에서 손을 떼자 차씨는 지분을 대거 인수했고, 이듬해 이 회사 주식을 런던 증시에 상장시켜 ‘잭팟’을 터뜨렸다.
차씨는 2007년 미 포브스지 선정 세계의 부자에 13억 달러의 재산으로 754위에 올라, 한국인으로는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에 이어 7위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2007년 카작무스의 지분을 판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가, 최근 국내에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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