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운영회사인 도쿄(東京)전력이 정부마저 속이려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 동안 도쿄전력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기자회견 등을 해 온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조차 격노하고 있다.
에다노 장관은 17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비상냉각장치가 쓰나미가 도달하기 전에 일시 중지됐다는 도쿄전력의 지진발생 당시 상황 기록에 대한 기자들의 해명요구에 “언론 보도를 접하고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도쿄전력이 16일 뒤늦게 공개한 지진발생부터 제1원전 전원이 상실될 때까지의 상황 기록에 따르면 지금까지 언론에 발표된 내용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3월11일 오후 2시46분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원자로 가동이 자동 정지됐고, 6분 후인 2시52분 비상냉각장치가 가동됐다. 그러나 오후 3시부터 3시간 가량 가동이 다시 중단됐고, 이 기간 원자로 냉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호기의 멜트다운(노심용융)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도쿄전력은 3월12일 1호기의 비상냉각장치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사실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결국 에다노 장관은 이러한 보고를 믿고 잘못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려준 꼴이 됐다. 또 1호기의 격납용기가 손상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어, 격납용기를 물로 채우는 수관작업이 실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당시 일지와 그래프를 분석해보면 2호기와 3호기에서도 멜트다운이 일어나 핵연료가 압력용기 바닥에 흘러내렸을 가능성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도쿄전력은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난 14일 처음으로 “(2, 3호기도) 최악의 경우 1호기와 같은 멜트다운이 상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도쿄전력은 19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 수습을 위한 새로운 일정표를 뒤늦게 발표했다. 그런데 1호기 원자로 격납용기까지 물을 채우는 이른바 수관(水棺)방식을 사용하겠다던 기존 발표 대신 오염수를 정화해 냉각수로 재사용하는 순환냉각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이마저 말을 바꾼 것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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