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한 동안 자취를 감췄던 칠레산 키위가 17일 홈플러스에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칠레산 키위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칠레산 키위를 팔지 않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 최대 키위 수출업체인 제스프리가 사실상의 '횡포'를 부리는데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제스프리측에 직거래를 제안하자 제스프리가 칠레산 키위 판매 금지를 조건으로 내세웠는데 이를 양사가 받아들인 것.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말, 롯데마트는 지난달 초에 각각 '제스프리 키위를 판매하는 동안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제스프리와 직거래 계약을 맺었다. 양사 관계자들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하면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고 물량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제스프리가 키위 출하기에는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를 정도여서 요구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제스프리가 이들 대형마트에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칠레산 키위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체 키위 수입량 중 칠레산의 비중은 2008년 9%에서 2009년 20.4%로 급격히 늘었다. 지금도 뉴질랜드산 제스프리 키위에 비해 40% 가량 가격이 싼 데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2014년부터는 현행 12.4%의 관세마저 없어질 예정이다.
결국 제스프리의 무리한 요구와 이마트ㆍ롯데마트의 수용이 결과적으로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키위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 상하이의 글로벌소싱본부를 통해 제스프리 키위를 공급받는 홈플러스는 이날부터 칠레산 키위 판매에 들어갔다. 이충모 과일팀장은 "전 세계 테스코그룹사의 바잉 파워를 통한 원가 절감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입산 키위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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