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는 증권사의 꽃. 종목을 분석해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증권사의 두뇌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선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이 곧 증권사의 경쟁력"이란 말이 나올 정도.
과연 우리나라에서 수준높은 애널리스트를 가장 많이 보유한 증권사는 어디일까. 모범답안이 있는 게 아닌 만큼 애널리스트를 평가하는 잣대는 제각각이겠지만, 이번에 뜻밖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유력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아시아에서 영업중인 140여개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 3,000여명을 대상으로 21개 업종별 '베스트3'를 선정한 결과, 대신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5명을 배출했다. 아시아 전체로는 도이치뱅크(7명)에 이어 2위.
대신증권의 박강호 연구원(전자기기)과 양지환 연구원(산업운송)은 분야별 1위에 등극했고, 전재천 연구원(중장비, 부품ㆍ2위)과 김병국 연구원(자동차, 부품ㆍ2위), 정연우 연구원(소매업ㆍ3위)도 베스트로 선정됐다.
사실 대신증권은 그다지 튀는 증권사가 아니다. 대그룹 계열도 아니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곳도 아니다. 때문에 대신증권이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가장 많이 보유했다는 사실에, 일반인들은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대신증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다.
우선 독립성 보장. 애널리스트들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소신에 입각한 투자의견제시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박강호 연구원은 "개인 연구원들에게 자율적 권한을 많이 주고 소신대로 투자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말 LG이노텍은 시장에서 소외종목이었는데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고 당시엔 드물게 '매수' 의견을 내놓았다"면서 "증권사 입장에선 소속 애널리스트가 '소수의견'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는데 전혀 간섭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작년 한 해 50%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양지환 연구원 또한 업계에서 컨테이너 선박 사업에 비관적이던 2009년 9월 한진해운 매수를 추천했고, 이 회사는 작년 연간 수익률 93%를 기록했다. 소신 있게 발언하고, 설사 전망이 틀리더라도 '눈치'주지 않는 환경이 연구원들의 역량을 키웠다는 것이다. WSJ도 시장전망과 다른 의견을 얼마나 소신 있게 내놓았는지를 평가해 이번 평가에 반영했다.
대신증권은 '철새문화'가 보편화된 증권업계에서 가장 이직이 적은 증권사로 꼽힌다. 이동이 잦다 보니 다른 증권사에선 '내부 출신 애널리스트' 자체가 드문데, 60여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선 본사 출신과 외부영입 비율이 5:5이다. 핵심인력의 평균 연령은 39세라고 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이직률은 낮고 연령은 낮으며 (출신과 상관없이) 내부승진도 활발하다"며 "이런 점들이 한데 섞여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업무 공백이 생기면 외부 충원보다는 일단 내부에서 교육과 시스템을 통해 이를 메운다는 것이다.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는 조윤남 센터장도 외부 출신이지만, 2007년부터 대신증권에서 투자전략부장으로 일해오다 올 4월 내부 승진했다.
'스카우트'에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오히려 현장맨을 끌어오는 데는 활발하다. 이번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힌 전재천 연구원도 1999년부터 9년간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한 필드 출신. 2007년 기업설명회(IR)를 담당하던 때에 조선과 기계 담당 연구원으로 영입됐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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