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금융그룹 민영화(매각)를 성사시키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흥행. 매물(우리금융)을 사려는 손님을 가능한 한 많이 끌어 모으는 것이다. 그래야 비싸게 팔아,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표현을 빌리자면 "유효한 경쟁이 성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상기 공적자금관리위원장도 "한 곳만 입찰한다면 유찰이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다수의 입찰자가 참여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산은금융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KB나 신한도 뛰어들 것으로 본다"며 "입찰 경쟁 치열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KB금융이나 신한금융은 이번 입찰에 별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여러 차례 인수전 불참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신한금융 역시 우리금융을 사들일 이유도 자금도 없다고 말한다. 하나금융의 막판 선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외환은행 인수의 불씨를 살리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적어도 국내 금융그룹 중엔 산은금융지주 외엔 적극적 인수희망자가 없는 셈이다.
해외 투자자나 사모펀드(PEF)의 입찰 참여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론스타로 인해 해외자본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정부가 금융지주의 등을 떠밀어 인위적 유효경쟁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반응도 냉담하다. 보통 인수합병(M&A) 재료가 나오면 매물로 나오는 종목의 주가는 올라야 정상. 하지만 매각 절차가 공식 재개됐음에도 불구, 17일까지 우리금융의 주가는 나흘 연속 하락했다. 금융지주 간 치열한 인수전이 예상된다면 주가가 분명 올랐을 텐데, 투자자들도 흥행실패 즉 다른 금융지주의 입찰 참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정부가 일괄매각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ㆍ광주은행의 인수를 노리던 부산은행이나 대구은행 등은 실망하는 분위기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일괄매각을 예상했지만 기대를 해 온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금융이 민영화하고 난 다음이라도 인수를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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