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봉황기 전국 사회인야구대회에 명함을 내민 경복고 OB 야구단의 굳은 각오다. 경복고 OB 야구단은 사회인야구팀으로는 드물게 순수 고교 동문팀이다. 코치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경복고 졸업생. 코치도 경복고 졸업생의 친동생이다.
경복고 야구부는 1962년 해체돼 자취를 감춘 지 정확히 50년이 지났다. 1982년 초대 해태 감독이며‘빨간 장갑’으로 유명했던 고(故) 김동엽씨가 바로 경복고 출신이다. 모교 야구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남달랐던 졸업생들은 “다른 팀에서 뛰는 것보다 기왕이면 동문팀을 만들면 좋겠다”고 뜻을 모아 마침내 2006년 사회인야구팀을 창단했다. 경복고 OB 야구단은 ‘복(福)’ 마크가 크게 달린 50년 전 유니폼을 학교 박물관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다소 촌스럽긴 하지만 모교 야구부의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영광이다.
경복고 OB 야구단의 강점은 역시 동문팀다운 끈끈한 조직력이다. 순수 동문팀이기 때문에 멤버 이동이 거의 없다. 28세부터 55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선수만도 30명이 넘는다. 얼마 전까지 사회인야구를 하다가 그만두었던 50대 선배들까지도 동문팀을 위해 다시 한번 스파이크 끈을 고쳐 맸다. 이들은 모교의 전통 구호인‘쭈알레기’를 외치며 그라운드로 나설 때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입을 모은다.
창단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입상 경력도 제법 있다. 2009년 2부리그 격인 연세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2007년에는 쥬신북부리그(4부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경복고 OB 야구단을 계기로 서울고 등 서울 시내 주요 고교들도 앞다퉈 OB 야구단을 창단하고 있다. 동문팀의 ‘선구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선수들 중 가장 특이한 이력은 프로골퍼인 김종묵(49)씨. 김씨는 미국에서 프로골퍼 자격증을 따낸 뒤 현재 골프레슨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방망이 돌리는 재주는 팀 내 가장 뛰어나다는 게 동료들의 전언이다. 또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영준(45)씨도 순발력과 체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대우증권에서 PB(Private Banking)로 활동하고 있는 이철호(42) 감독은 “전국 단위의 사회인야구대회에 참가하게 돼 영광”이라며 “승패에 집착하기 보다는 뜻 깊은 대회에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겠다. 모든 경복고 동문이 함께하는 축제의 한마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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