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매각이 5개월 만에 재개됐다. 자산 326조원의 리딩뱅크가 시장에 나옴으로써 국내 금융권에 다시 한 번 '빅뱅'의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어제 지주사 전체의 일괄매각을 골자로 한 새 매각방침과 함께 6월 29일까지 입찰참가의향서(LOI)를 받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이번엔 유효경쟁을 통해 민영화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지만, 벌써부터 현 정부 실세인 강만수 회장의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ㆍ합병(M&A)할 것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 매각은 3월에 강 회장이 취임했을 때부터 산은과의 M&A 쪽으로 기울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현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세계적 투자은행(IB)의 필요성과 함께 메가뱅크론을 주장해온 그가 뒤늦게 산은 회장으로 애써 복귀한 배경이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소유할 경우 지분 9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정부 소유 기업에 한해 50%로 완화한다'는 특례규정 신설 방침을 밝혀 강 회장의 행보에 고속도로를 깔고 있다는 분석을 낳았다.
문제는 산은 중심 메가뱅크론의 정당성이다. 최근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국영은행인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는 민영화 취지에 역행하며, 진정한 공적자금 회수도 아니고, 메가뱅크 효과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비판을 했다. 금융권에서도 '산은+우리' 조합은 사실상 초대형 국영은행의 탄생이 될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 일색이다.
우리는 이런 비판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시스템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민영화만이 반드시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아울러 국가적 프로젝트에 대한 원활한 투자나, 효과적인 거시정책 운용을 위해 리딩뱅크 하나만이라도 정책 레버리지가 제대로 작동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은행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관료들의 사익 추구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장치로 전락한 현실에서는 메가뱅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강 회장의 메가뱅크론이 지지를 얻으려면 그 소신의 정당성에 동의할 만한 사심 없는 시스템 운용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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