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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전관예우 척결 의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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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전관예우 척결 의지 있다면…

입력
2011.05.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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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를 금지한 개정 변호사법이 어제 공포되기 전,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공무원이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퇴직 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한 개정 법의 적용을 피하려고 판ㆍ검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낸 것이다. 대법원과 법무부가 부랴부랴 법 시행 전 사표 수리 불가 입장을 밝히며 상황이 '소동'에 그치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은 뒤였다.

전관예우 폐습에 젖은 공직사회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공정성이 생명인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판ㆍ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공직 시절의 지위와 인연에 기대어 유리한 수사ㆍ재판 결과를 끌어내고 그것을 통해 이득을 챙기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불공정 행위다. 전관예우는 그 폐해가 고스란히 돈 없고 힘 없는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악습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동종 범죄를 저질러도 가진 자는 전관 변호사의 도움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못 가진 자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송사에서 가진 자들이 전관 변호사의 힘을 빌려 자신의 법익을 극대화할 때, 못 가진 자들은 법원의 무성의와 무관심 속에 우왕좌왕하다 낭패를 맛본다. 그토록 험한 경험들의 귀착점은 하나, 법조계와 법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다.

전관예우는 법조계만의 고질병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감독과 유착 비리에서 보듯 금융계도 전관예우의 뿌리가 깊은 곳이다. 경제 부처나 금융 감독기관 출신들이 금융계 요직을 꿰차고 앉아 금융시장에 대한 관치를 지원하고 금융계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는 그런 폐악이 곪을대로 곪은 결과다.

전ㆍ현직 공직자들이 국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사이 등골이 휜 것은 이자 한 푼 더 받을 요량으로 쌈짓돈을 저축은행에 맡긴 영세상인, 노점상 등 서민들이었다. 전관들이, 전관예우를 노리는 현직들이 받아 챙긴 돈은 고통과 슬픔으로 범벅된 서민들의 고혈(膏血)이었다.

다른 부처 고위 관료들도 다르지 않다. 공직을 떠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로펌이나 대기업의 고문, 자문역을 맡아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가를 받는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가 차관 퇴직 후 로펌 고문으로 일한 5개월간 1억 2,700여만원의 급여를 받은 게 좋은 예다. 그의 전관으로서의 위치와 영향력을 감안하지 않고 로펌 측이 월 2,500만원이 넘는 거액을 급여로 지급할 리 없다. 사정이 이러니 퇴임을 앞둔 고위 공직자들이 로펌이나 기업에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현실이다. 그들이 주무르는 정책들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의에서 나온 것인지 근본부터 회의가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질병 고칠 근본적 처방 나와야

공직자들이 전관예우라는 악습을 인생 역전의 기회로 삼아 퇴임 후 의탁할 자리부터 챙기는 구태가 만연한 상황에서 정부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는 기대할 수 없다. 개정 변호사법은 벌써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공직자 취업 제한 규정을 둔 공직자윤리법은 제정 이후 줄곧 허점투성이 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선량한 국민 가슴을 멍들게 하는 악습을 예방도, 근절도 못할 법을 앞세워 전관예우 척결 운운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전관예우 척결 의지가 있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 운운하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공직 사회의 위헌 시비쯤 무릅쓸 각오를 해야 한다. 그 점에서 나는 전관예우 척결을 위해 공직자의 퇴임 후 활동이 현직 시절 관여한 업무와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경우 모두 포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래야 보직 세탁, 우회 취업 등을 통한 공직자의 편법적 재취업을 차단해 전관예우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관예우 척결에 나선 청와대가 한번 검토해보기 바란다.

황상진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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