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조 시대 양나라에 도홍경(陶弘景ㆍ456~536)이란 사람이 살았다. 자는 통명(通明)이고 호는 은거(隱居)여서 세상이 그를 '도은거'라 불렀다. 그는 일찍이 벼슬을 버리고 산중에 숨어 살며 음양오행에 능통하여 양나라 무제(武帝)의 신임이 두터웠다. 국가의 길흉과 큰일에 자문을 맡아 '산중재상(山中宰相)'이라고도 불리었다.
양 무제가 한 번은 산을 떠나 조정으로 돌아오라고 권하자 도은거가 대답 대신 지어 올린 시 중에 '지가자이열(只可自怡悅)'란 명구가 있다. 그 구절에서 '이운(怡雲)', '나 홀로 구름을 즐긴다'는 말이 만들어졌다. 怡雲에는 자연을 벗하며 사는 은자의 소요한 삶이 숨어 있다.
조선 시대, 19세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서유구 선생도 그 구절에 무릎을 치며 자신의 서재를 '자이열재(自怡悅齋)'라 이름했다. 산중에 숨어 살며 구름이나 즐기며 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진실로 속탈하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그건 깊은 깨달음이고 또한 뼈를 깎는 수행이다.
서유구 선생도 怡雲을 두고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무엇을 즐긴다는 것, 그건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일이다. '이(怡)'를 우리는 쉽게 '즐겁다'는 뜻으로 풀이하지만 즐거워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누군들 怡雲을 꿈꾸지 않겠는가. 허나 구름을 즐기기에 나 또한 너무 무겁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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