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의 전국 100여개 선원이 17일 일제히 하안거에 들어갔다. 하안거는 스님들이 음력 4월 15일부터 석 달 간 외부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가리킨다. 겨울 석 달은 동안거를 한다. 안거를 하는 스님들은 생사를 건 비장한 결기로 깨달음을 구한다.
하안거 결제(시작)을 하루 앞둔 16일, 경기 양평군 용문산의 상원사 용문선원에서 선원장 의정 스님을 만나 수행의 참뜻을 물었다. 스님은 스물넷에 출가한 이래 30년간 선방에서 수행하며 존경을 받아 온 선승이다. 수행자가 지켜야 할 규범집으로 지난해 말 조계종이 한국 불교 1,700년 사상 처음 펴낸 의 편찬을 주도하기도 했다. 선원청규는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는데, 용문선원은 앞장서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
_왜 안거를 합니까.
“생사의 미망에서 벗어나 대각(大覺ㆍ큰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섭니다. 안거는 부처님 당대 인도에서 우기에는 탁발을 다닐 수가 없어 한곳에 머물며 수행하던 것에서 나왔습니다. 북방불교에서는 한국에만 남은 전통이지요. 중국 불교는 문화혁명 때 안거 전통이 무너져 최근에야 한국에서 다시 배워 가기 시작했고, 일본 불교는 교학 위주라 전문 수행자가 적습니다.”
_수행이 왜 중요합니까.
“인생의 목표는 행복입니다. 행복이 무엇입니까. 원하는 바를 성취하면 행복이라고 여기는데 그건 일시적이고 외적인 행복입니다. 영원한 행복은 자아와 인격의 완성에 있고, 수행은 거기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자 유일한 길입니다. 수행이 없으면 마음이 항상 들뜨고 혼란스러워서, 기쁘고 즐겁고 괴롭고 어려운 경계를 만나면 거기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어떤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연함은 수행을 통해서만 이를 수 있고, 보고 배운 지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_참선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선은 21세기 현대문명의 대안입니다. 제 주장이 아니고 서양 전문가들이 하는 말입니다.지금은 남방불교의 위빠사나 수행법이 전 세계에 유행인데 장차 한국 불교의 간화선이 뜰 겁니다. 간화선은 짧고 즐거운 수행법입니다. 산사에 가서 오래 앉아 있어야만 참선이 아니고, 일상의 삶이 곧 선입니다. 육조혜능 선사는 가고 오고 앉고 눕는 것이 다 선이라고 했습니다. 잘 알려진 화두인 ‘이뭣꼬’를 봅시다. 밥 먹으면서, 일하면서, 차 타고 오가면서, 화장실에 앉아서, 이뭣꼬, 이뭣꼬 하고 계속 참구하면 됩니다. 수행을 하겠다는 간절한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생활선이 바로 간화선입니다.”
_그래도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수행을 하고 싶어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주십시오.
“달마 스님이 말씀하시길 수행에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선지식(스승) 도반(동료) 환경입니다. 그 중에도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마음의 길은 수억만 가지여서 깨달음의 길을 가 본 좋은 스승의 인도가 없으면 절대로 찾아갈 수가 없습니다. 책에서 보거나 들은 것으로 수행하면 열두 명에 열은 반드시 망가집니다. 그렇게 수행을 잘못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반면 스승만 잘 만나면 공부도 언젠가 완성됩니다. 부처님도 ‘좋은 선지식을 만나는 것은 완성 그 자체’라고 말씀하셨지요. ”
_수행을 제대로 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수행이 깊어질수록 삶의 모든 면에서 불이중도(不二中道)가 체화해 초연한 경계에 이릅니다. 한 달 전에 만난 노보살 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30년 전 저를 찾아와 참선 수행 방법을 묻길래 선원을 소개해 드렸던 분인데 그 분의 경계가 희로애락애오욕의 칠정을 떠나 있더군요. 초등학교도 못 나온 시골 할머니가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다. 삶이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고 하는데 눈빛이 그렇게 형형할 수가 없어요. 아주 기뻤지요.”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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