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골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였다.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해ㆍ공군 전직 참모총장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17일 예비역 장성 대상 국방개혁 설명회는 빛이 바랬다.
이날 설명회에는 147명의 예비역 장성이 참석했다. 이 중 공군 출신은 아무도 없었고 해군 3명, 해병대 7명을 제외한 나머지 137명은 모두 육군 출신이었다. 당초 공군 10명, 해군 13명, 해병대 9명이 참석하기로 했지만 해ㆍ공군 예비역 상당 수가 등을 돌렸다.
오전 10시25분께, 설명회 시작을 5분 앞두고 주최측인 국방부 관계자들은 애가 탔다. 육군쪽 접수대는 성황이었지만 반대편에 있는 해ㆍ공군쪽 접수대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군 참석자를 위해 마련된 방명록에는 아무런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급기야 주최측은 공군 방명록을 황급히 덮어버렸고, 설명회가 시작되자 탁자 위에 놓여있던 방명록을 모두 치웠다.
국방부는 설명회를 청사 지하 대강당에서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다 이날 갑자기 2층 대회의실로 장소를 바꿨다. 대회의실은 국정감사와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여는 공간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원로들에게 최대한 예우를 다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진 장관은 인사말에서 “국방개혁이야말로 현역과 예비역이 하나가 될 때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방개혁을 완성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선배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장관의 모두 발언이 끝나고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져도 참석자들이 대부분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사회를 맡은 김일생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다들 너무 굳어 계신데 웃음 한번 지어주시면 고맙겠다”며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설명회에서 활발한 토론이나 격한 반응은 없었다. 국방부의 브리핑이 90여분 동안 진행돼 점심시간을 넘기면서 자유발언은 25분 정도에 그쳤다. 육군 4명, 해병대 1명 등 5명의 발언자 대부분이 국방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당부했다.
다만 김충배 전 육군사관학교장은 “일부 예비역 장성들의 반대가 마치 자군이기주의로 비치는 것에 상당히 가슴이 아프다”며 “예비역들의 충정을 잘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설명회에 이은 오찬에서 해군 총장 출신인 김종호 성우회장은 “현역과 예비역이 단결해야 하지만 소수의 목소리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참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 전직 참모총장은 “일방적인 홍보에 그치는 설명회에 참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국방부가 말로는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다지만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참석자들이 많이 공감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며 “사흘간 진행되는 설명회에 가급적 많이 참석하셔서 힘을 모아 국방개혁을 끌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반대하시는 예비역 장성들을 조만간 직접 찾아가서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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