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찌민(1890~1969)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애독했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식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17일 조선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호찌민의 목민심서 애독설은 별다른 근거 없이 퍼진 ‘카더라’ 수준의 소문”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호찌민의 목민심서 애독 여부와 인정설의 한계’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에 대한 진위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 동안 일각에서 ‘(호찌민이) 목민심서를 머리맡에 두고 교훈으로 삼았다’, ‘부정과 비리 척결을 위해 목민심서를 필독서로 꼽았다’, ‘소년 시절 다산 정약용의 기일을 추모했다’는 등의 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최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된 소설과 신문, 인문서적, 인터넷사이트 등을 찾아 저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근거 없이 들은 대로 옮겼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는 사실 왜곡으로 외교적 문제까지 일어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며 실제 일부 베트남인들은 베트남 주재 한국인에게 이 사실을 바르게 고쳐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중요한 사실일수록 진실을 토대로 해야 하고, 설사 숭고한 목적이 있더라도 사실의 왜곡은 용납될 수 없다”며 “호찌민의 목민심서 애독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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