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미중 수교를 이끌어 낸 헨리 키신저(88ㆍ사진) 전 국무장관이 미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사를 다룬 저서 (On China)를 펴 냈다. 그는 40년 전인 1971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 7개월 뒤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성사시킨 바 있다. 무려 10명의 미국 대통령 밑에서 50차례 이상 중국을 오가며 있었던 비사와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키신저는 먼저 이 책에서 당시 미중 수교가 수렁에 빠진 베트남 전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돌리기 위해 미국이 추진한 깜짝 카드였다는 기존 인식과는 달리 실제로는 중국이 더 적극적이었다고 회고했다. 69년 소련과 국경 분쟁을 겪은 중국이 소련에 대한 견제로 미국에 손을 내밀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키신저는 또 최근 중국의 부상과 관련, “중국은 늘 스스로를 이 세상의 중심이라 여겨왔던 만큼 잠시 어두웠던 시대에서 탈피, 다시 전통의 강국 자리로 되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통찰력을 보여줬다. 그는 이어 “중국의 부흥이 국제적으로 양극 체제를 다시 만들면서 새 냉전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며 “중국과 함께 새로운 ‘태평양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미국에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흥미로운 대목.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은 ‘외교와 역사에 두루 밝은 제왕적 철학자’로, 덩샤오핑(鄧小平)은 ‘우울한 눈빛을 가진 용감한 작은 거인’으로 묘사했다. 특히 총리를 지낸 저우언라이(周恩來)에 대해선 “공자와 같은 고매함과 지혜를 지닌 정치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단 언론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매혹적인 책”이라 했고 뉴스위크도 “이 책을 보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까지 키신저에게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조언을 구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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