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난해할 것 같았던 현대 프랑스 오페라 ‘카르멜 수녀들의 대화’가 화제 속에서 막을 내렸다. 기다렸다는 듯 다른 오페라 부대가 들고일어선다. 가벼운 데서 짐짓 심각한 주제까지 이 봄은 만개한 오페라 스펙트럼으로 더 눈부시다.
먼저 국립오페라단이 이번에는 정반대의 시도로 새봄에 화답한다. 또 ‘사랑의 묘약’? 그러나 국립오페라단에겐 도니제티의 이 벨칸토 오페라에 대한 나름의 묘약이 있다. 2009, 2010년 서울과 경남에서 펼쳤던 무대의 경험이 축적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예술감독 이소영씨는 애송시인 서정주의 시 ‘기도1’을 무대미술로 승화시켰다. 마차 대신 하늘에서 탱크를 타고 등장한다거나 주인공들이 투명 우주선에서 나타난다는 등의 연출적 상상력이 그것이다. 나승서 박미자씨 등 출연. 김주현씨 지휘. 19~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_1300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부박한 세태 풍자 쪽으로 바싹 당겨 눈길일 끈다. 김선정 이윤정씨 등 출연. 양진모씨 지휘, 27~29일 마포아트센터. (02)741_7389.
수지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는 한국 이탈리아 합작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의상ㆍ조명 전문팀, 러시아 출신의 비올레타 전문 가수 이리나 드브롭스카야 등이 유럽 무대의 맛을 직수입한다는 계획이다. 27~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42_0350.
이어 벨리니의 ‘청교도’가 열기를 이어간다. 고난도 기교가 깃든 벨칸토 오페라의 대명사인 이 무대에는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소프라노와 테너를 비롯, 김동규씨 등 국내 성악가들이 하루씩 번갈아 나온다. 세게도니 지휘. 6월 23~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70)4027_1284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카르멜…’ 공연(5~8일) 직후인 11일 가평문화예술회관으로 내려가 유명 오페라의 눈대목을 모은 ‘해설이 있는 오페라_오페라 꽃이 피었습니다’를 펼쳐 현지 주민들에게 새 지평을 선사했다. 또 스톰프뮤직은 오페라 아리아, 가곡, 뮤지컬 음악 중 인지도가 높은 작품들을 김소현 등 팝페라 가수들과 아르츠앙상블의 반주를 접목시킨 ‘아르츠콘서트Ⅱ’로 오페라 대중화라는 질문에 나름의 답을 내놓을 전망이다. 6월 21일 충무아트홀.(02)2658_3546
서울 잔치판에 자칫 가려질 뻔 했던 대구오페라단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4월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에서 두 차례 열렸던 이 오페라단의 ‘나비 부인’에 대한 현지의 호평은 “서양인이 못 따라잡을 동양적 미학의 무대”라는 격찬을 받았다. 무대는 2010년 중국, 2011년 독일, 2012년 터키 등으로 계획된 이 오페라단의 동선의 일부다.
예술감독 김성빈씨는 “기존 작품의 현대화, 지방 무대에서 도외시돼 온 ‘방황하는 화란인’ 등 실험적 무대의 소개 등으로 대구오페라단의 대표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10월로 잡힌 바그너의 ‘방황하는 화란인’의 경우 칼스루에오페라 극장장 아킨 토어발트가 연출을 맡을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김씨는 “이번 무대는, 인정을 받기 위해 서울에 간다는 상황을 역전시키려는 노력의 일부”라며 “타 지역 출신 성악가들의 참여를 높여 대표성을 강화해 가겠다”고 밝혔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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