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에서 조국은 하나다」
육성시낭송을 듣고도 울지 않고
광주 톨게이트, 빛고을 시민들보다
먼저 와 그를 기다리고 섰던
백골단 장벽 보면서도 울지 않고
불 꺼진 취조실마냥 어둡던 망월동
그의 하관을 보면서도 이 악물었는데
그를 묻고 돌아온 서울
심야버스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다
다리 난간에 덜덜거리는 허리 받치고
해머드릴로 아스팔트 까며 야간일 하는
늙은 노동자들을 본 순간
이 악물며 울고 말았다
그가 간 것보다 그가 사랑했던 한 시대가
저물어 가는 것이 서러웠다
● 가을 나무들을 보며 ‘우리가 너와 같아/수없이 많은 얼굴들을/피눈물로 떨구며/예까지 왔단다’라고 나무를 위로하던 시인이, 민주화와 자주와 통일을 노래하던 저항시인 김남주를 빛고을 망월동에 묻으면서도 울음 참던 시인이, 다리 나간에서 야간일하고 있는 늙은 노동자를 보며 끝내 울고 마네요.
송경동은 열악한 이 땅의 노동 현실을 시로 옮기며 노동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시인이지요. 그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현실보다 그런 상황을 개진하려는 연대의식의 후퇴가 서러웠던 것은 아닐까요. 눈물로 이어 온 눈물의 다리 같은 이 땅의 역사에 한 시인이 현실을 직시하며 흘린 눈물 앞에 마냥 부끄러워지네요.
5.18민주화운동 31주년을 맞아, 우리가 내딛는 한발에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담겨 있음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의미 깊은 시네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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