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대전 대덕으로]원천무효 등 격앙된 표현은 자제
영ㆍ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16일 과학벨트 입지 발표를 두고 평가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하며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대구ㆍ경북ㆍ울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원전과 방폐장 등 국가기피 시설을 앞장서서 떠맡아 왔는데, 이번 결정에 깊은 실망을 느낀다"고 밝힌 뒤 평가표 및 회의록 전면 공개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대구 지역의 한 의원은 "결국 충청으로 갈 것이었으면 왜 원전재검토 등 별 소리를 다 했나. 표 까 먹는 데는 천재적인 정부"라면서 "과학연구 환경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 국회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들은 16일 긴급 회동을 갖고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성명서 초안에 들어있던 '원천 무효', 전면 백지화'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이 실제 발표 때에는 빠지면서 전체적으로 격앙됐던 분위기가 조금은 '톤 다운'된 듯한 기운도 감지됐다.
당 안팎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데 앞서서는 안된다는 자중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이상득 의원도 지역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과학벨트 결정과 관련해 지나친 언급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광주전남 의원들은 "호남을 들러리 세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영진 의원은 "정부가 사전에 대전 확정설을 흘리는 등 국책사업을 정치 상품화했다"며 "보수대연합을 위한 포석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진주 일괄 이전 방침에 대해서는 민주당 전북 의원들이 반발했다.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과 김완주 전북지사 등 이 지역 인사 300여명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LH 분산배치를 요구하며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최규성 의원은 장세환 의원에 이어 삭발투쟁에 나섰다.
이에 반해 자유선진당은 정부의 과학벨트입지 선정 결정에 드러내놓고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선진당은 논평에서 "결국 이렇게 결정할거면서 도대체 왜 일년 간 국론을 분열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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