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설비 집중 투자"노다지 아니다" 의견 속"中수출 등 낙관" 우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고도화설비'에 승부수를 던졌다. GS칼텍스는 지난주 전남 여수 공장에서 세번째 고도화설비의 준공식과 네번째 고도화설비의 기공식을 잇따라 가졌다.
고도화설비는 원유를 정제할 때 대량으로 나오는 값싼 벙커C유를 원료로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생산하는 설비로 '땅 위의 유전'으로 불린다.
국내 4개 정유사들은 1996년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고도화설비 증설에 열심이다. GS칼텍스는 2004년 이후 고도화설비 증설에만 5조원 넘게 투자했다. 2013년 제4 고도화설비가 완공되면 GS칼텍스는 하루 고도화 처리 능력(26만8,000배럴)과 고도화설비 비율(35.3%)에서 업계 1위에 올라선다. 9월 충남 서산공장 제2고도화설비의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현대오일뱅크가 30.8%, 온산에 2개의 고도화설비를 가동 중인 에쓰오일이 25.5%이 그 뒤를 잇는다. 반면 업계 1위 SK에너지는 울산에 3개의 고도화설비를 가동 중이지만 고도화 비율은 15.4%로 가장 낮다.
현재 국내 정유회사들은 미래 성장 동력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유전 등 자원 탐사, 신재생에너지, 윤활유 등 다양한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GS칼텍스는'고도화설비'에 대한 집중 투자로 가닥을 잡았다. 허 회장은 "고도화설비는'그로스 포텐셜'(성장 잠재력)로 봐야 한다"며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문제는 고도화설비의 증설 효과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도화설비의 주 원료인 벙커C유 가격이 올 1월초 톤 당 523.96달러에서 이달 초 670달러 선에 다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가 주로 쓰는 중동산 원유 가격이 서부텍사스중질유(WTI)보다 더 비싸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박정아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지역 경기가 빨리 회복되면서 석유 제품 수요가 늘었고, 아시아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고도화설비에서 큰 수익을 얻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실제 두바이유와 벙커C유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정제 마진은 줄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10달러에 달했던 2008년 벙커C유 가격은 90달러 정도로 역마진이 20달러였지만 최근 10달러 정도로 좁혀졌다.
정유업계는 그러나"정제마진이 줄었지만, 휘발유나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물량이 더 많아졌다"고 밝혔다. 조승연 HMC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고도화 설비 확대로 휘발유, 경유 시장 물량은 늘었지만 중국 등 수출 시장 상황은 여전히 좋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수출 물량의 단가는 올 들어 배럴 당 100달러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부족한 경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당분간 경유 수출을 중단키로 했다. 우리로서는 생산만 하면 팔린다는 뜻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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