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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5월 17일] 국방개혁 누가 가로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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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5월 17일] 국방개혁 누가 가로막나

입력
2011.05.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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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12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케네디는 포드자동차 사장이 된지 한달 남짓한 로버트 S. 맥나마라(1916~2009)를 삼고초려, 국방장관에 기용했다. 2차 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방만하게 팽창한 국방분야 개혁에 적임자로 본 것이다. 맥나마라는 체계분석(systems analysis) 전문가로, 포드자동차의 경영 혁신을 이끌어 처음으로 포드 가문 밖에서 사장에 발탁된 인물이었다.

맥나마라는 하바드 경영대학원에서 군 장교들에게 경영분석기법을 가르치다가 전쟁 중 대위로 입대, B-29 폭격기 운용의 효율성 분석을 맡아 폭격과 수송 임무를 함께 수행하는 획기적 방안을 만들었다. 전후에는 포드자동차의 조직 혁신과 더불어 초대형 모델 링컨(Lincoln)의 덩치를 줄이는 데 앞장 섰다. 파격적 시도에 반대가 많았으나, 새 모델 링컨 컨티넨탈은 미국 자동차의 아이콘이 됐다.

맥나마라 개혁 막은 기득권 집단

국방장관 맥나마라는 케네디의 구상을 좇아 기존'선제공격ㆍ대량보복'핵 전략을 대신하는'유연한 억지와 제한보복'전략을 마련했다. 케네디는 "국가 위기 때 치욕적 후퇴와 무제한 보복, 둘 다 아닌 선택이 필요하다"고 했다. 맥나마라 개혁의 핵심은 모든 분야의 체계분석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해ㆍ공군이 늘 따로 추진하던 전투기 개발을 통합, 같은 기종을 모델만 달리해 쓰도록 했다. 이런 군수통합과 함께 군 기지를 통폐합하고 조직과 병력을 축소, 국방예산을 줄였다.

그러나 개혁은 거센 저항을 만났다. 군과 군수업계는 하바드와 포드에서'신동'으로 불린 맥나마라를 가운데 이름(Strange)에 빗대'이상한 놈'이라고 욕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군수업계 로비를 받은 의회는 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무기도입 예산을 늘렸다. 군부대 통폐합으로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은 의원들은 어떻게든 군 시설을 되살렸다.

1968년 그가 IMF 총재로 옮길 무렵에는 병력과 국방예산이 모두 원래 규모로 되돌아갔다. 베트남전 확대와 군비경쟁 탓이 크지만, 군 안팎 기득권 집단이 개혁을 좌초하게 했다는 평가이다.

우리 군 주변이 국방개혁 논란으로 시끄럽다. 국방부가 마련한 '국방개혁 307 계획'의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에 비판이 거센 듯하다. 일반 국민은 개편안이 좋은지 나쁜지 분별하기 어렵다. 다만 경륜과 충정이 남다를 예비역 장성과 국회 여야 국방위원들이 앞장서 반대한다니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짐작할 만하다. 언론도 목청 큰 비판에 짐짓 솔깃한 모습이다.

307 계획은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군을 전투중심 조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이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겪으면서 절실한 과제가 됐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군사력을 유지 관리하는 군정(軍政)과 군사력을 작전 지휘하는 군령(軍令)으로 나뉜 지휘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은 각군 작전사령부와 작전부대를 지휘하고, 군정을 맡은 각군 참모총장은 작전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이 때문에 최고의 경륜과 능력을 지닌 각군 총장과 본부 엘리트들이 위기 상황의 전투력에 기여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각군 본부와 작전사를 통합하고 참모총장에게 군령 기능을 부여해 합참의장-각군 참모총장-작전부대로 이어지는 일사불란한 작전지휘체계를 갖춘다는 것이다.

오로지 안보 위하는 충정일까

개편안을 둘러싼 거센 논란에는 귀 기울일 대목들이 있다. 각군 총장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거나, 해ㆍ공군이 육군에 종속된다는 우려 등이다. 그러나 언뜻 진지한 논란을 들여다보면, 작전사 해체 등 조직 슬림화에 대한 불만이 두드러지는 인상이다. 반대론을 안보를 걱정하는 충정만으로 보기 힘든 이유다.

군 지휘구조 개편은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국방개혁 논란에 예비역 장성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큰 것을 정상으로 보기 힘들다. 미국과 맥나마라 개혁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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