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위의 유력한 대통령 예비 후보가 해외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는 미증유의 소식이 프랑스 정가에 던진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의 정권 탈환을 바라보던 사회당은 쑤셔놓은 벌집이 됐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경쟁을 벌이던 다른 예비 후보들조차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16일 “사회당은 대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몰락했다”고 전했고, 가디언은 “청천벽력”이라는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 대표의 탄식으로 좌파 진영이 처한 곤란한 상황을 표현했다.
스트로스 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사회당 일각에선 이번 일을 우파 진영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유럽의회의 지유 사바리(사회당)의원도 “그가 난봉꾼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그가 정치적 덫에 걸렸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트로스 칸의 정적으로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 볼 수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각료조차 비슷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AFP통신은 앙리 드랭쿠르 국제협력담당관이 15일 “함정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르몽드도 “스트로스 칸의 체포 사실이 보도되기 전 그의 성폭행 혐의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당원의 트위터로 퍼져나갔다”고 보도, 음모론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칸의 대선 레이스 탈락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신들은 벌써 누가 칸을 대체하게 될 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가디언은 프랑수아 올랑드 전 사회당 대표, 세골렌 루아얄 전 대통령 후보, 오브리 사회당 대표 등을 거론하며 각각의 장단점을 보도했다. 가디언은 “스트로스 칸의 상아탑 이미지와 달리 올랑도 전 대표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르 피가로는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겠지만 분명한 것은 스트로스 칸이 차기 프랑스 대통령이 되긴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인디펜던트는 사회당 후보 경쟁 국면이 곧 올랑드와 루아얄의 대결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극우파 후보 마린느 르펜 후보의 부상을 이유로 “둘 중 누구도 결선 투표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사회당은 지난 대선에서도 극우파에 밀려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