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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 최대 60만명…산재보험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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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 최대 60만명…산재보험도 안돼"

입력
2011.05.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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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62)씨는 하루 8시간씩 1주일에 3,4일 정도 남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사노동자다. 한씨가 한 달에 버는 수입은 80만원 정도. 벌이가 없는 남편과 방 2개짜리 월 30만원의 셋집에 살고 있는데 한씨의 수입으로는 집세를 내고 나면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는 정도다. 보통 오전(오전9시~오후1시)과 오후(오후2시~오후6시) 서울의 다른 지역을 오가며 일을 도와주는데 강남ㆍ북을 오가는 일도 다반사다. 시간이 없어 점심은 거르거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김밥 한 줄로 해결한다. 보통 방이 3,4개인 30평형대 주택의 가사를 돕는데, 아침식사 설거지를 하고 집안을 모두 걸레로 닦은 뒤 세탁물을 손빨래로 마무리하고 나면 4시간이 금세 지난다. 좀더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병이 들어 그나마 이 일을 할 수 없을까 봐 1주일에 4일 이상은 일을 하지 않는 편이다. 한씨는 "욕심을 내면 어깨나 손목이 시큰거려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한씨와 같은 '돌봄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사노동자를 포함해 베이비시터,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다. 인구고령화에 따라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직종이지만, 사회의 취약계층인 50~60대 중고령 여성들이 대부분이어서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알선업체의 소개료 착취, 고용불안정, 산업재해 노출 등 이들이 처한 현실은 험난하다.

요양보호사들의 경우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헙법의 적용을 받아 정부가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만 한씨와 같은 가사노동자들은 몇 명이나 되는지 공식통계도 없다. 노동계는 이들의 숫자를 30만~6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가사노동자들의 지위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과 같다. 그러나 처지는 더욱 열악하다.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차주, 방문학습지교사 등은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가사노동자는 대부분 4대 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노동계는 다음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과 사회권 보장을 골자로 한 '가사노동자를 위한 괜찮은 일자리협약'을 채택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전국의료산업노조 등은 17일 정부의 가사노동자 ILO협약 찬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최영미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사무처장은 "ILO 에서는 2009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정부는 50년 전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을 내세워 이들에 대한 보호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ILO 협약채택 찬성과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아시아 14개국은 이미 협약채택에 찬성입장을 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실 관계자는 "ILO 총회까지 여유가 있어 아직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동3권 보장과 관련해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과 관계자는 "가사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복잡해 일괄적으로 노동자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며 "하반기에 우선 실태조사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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