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하면 두 사람이었다. 완성도도 남달랐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의 흥행기록을 깨뜨렸다. 2004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로 나란히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쌍끌이 흥행’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오래 전부터 절친한 사이인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한국영화 산업화에 기여했다. 두 사람이 정점에 있을 때 한국영화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7년이 흘렀다. 한 사람은 ‘공공의 적2’와 ‘한반도’, ‘강철중: 공공의 적 1-1’, ‘이끼’, ‘글러브’를 만들며 흥행 감독의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가 설립한 영화사 시네마서비스의 경영 상태가 최근 악화되며 충무로를 쥐락펴락했던 그의 영향력도 줄어드는 추세다. 강우석 감독의 지난 7년은 감독으로서는 행복했지만, 제작자로서는 굴곡 많은 시기였다.
또 다른 한 사람은 7년 동안 메가폰을 잡지 못했다.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다가 훌쩍 시간이 지나갔다. 1,000만 관객 신화를 만들어내고도 영화를 못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에겐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겠지만 그의 영화를 고대하던 팬들에겐 안타깝기만 한 세월이었다. 강제규 감독에게 지난 7년은 손발이 꽁꽁 묶인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으리라.
두 강 감독이 나란히 프랑스 칸을 찾았다. 강우석 감독은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선보인 ‘글러브’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190만명)을 내면서 그에게 절치부심의 시간이 필요했던 듯하다. 그는 다음달 생애 첫 사극인 ‘광해’의 촬영에 들어간다. 강제규 감독은 제작비 300억원의 초대형 전쟁영화 ‘마이 웨이’의 제작보고회를 위해 프랑스로 날아왔다. 15일(현지시간) 오후 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신작 ‘마이 웨이’를 소개하는 그의 목소리는 크게 떨렸다.
두 사람은 7년 전에도 칸을 찾았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로 주체할 수 없는 성공에 취해있을 때였다. 시간이 지나 둘은 의기양양했던 그때와는 너무나 다른 처지로 다시 칸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잠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영화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다짐, 서로에 대한 격려가 있었으리라.
칸에서 두 강 감독을 만나보니 12월(‘마이 웨이’)과 내년 초(‘광해’) 극장가에 눈길이 향한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칸에 온 두 사람은 과연 다시 힘찬 날갯짓을 할 수 있을까. 충무로는 또 그들을 발판 삼아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칸에서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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