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안 슬로건이 아무런 설명 없이 뒤바뀐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국방부는 3월 8일 '국방개혁 307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제를'Slim, Speedy & Strong'이라고 명시했다. 조직을 간결하게(Slim) 바꿔 지휘체계를 신속하게(Speedy) 만들면, 강한(Strong)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핵심은 슬림화였다. 김 장관은 지난 달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답변에서 "국방개혁의 요체는 군령라인을 작전 중심으로 심플하게 바꾸는 것"이라고 했고, 4일 기자간담회에서는 "현재 군 구조는 머리가 크고 배가 나오고 팔다리는 가느다란 기형적 구조"라며 슬림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최근 국방개혁안의 부제는 슬며시 'Strong, Speedy & Slim'으로 바뀌었다. 군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한다지만 육군의 경우 '합참의장→합참1차장→육군참모총장→참모1차장'으로 이어지는 지휘관 4명 모두 대장 직위여서 "지휘체계가 지나치게 비대하다. 슬림화의 명분이 퇴색했다"는 지적이 많던 차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17일 "국방개혁안을 발표할 때 유인물을 제작하는 업체에서 세 단어를 자기들 마음대로 조합해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장관이 각군 참모총장들을 뒤에 일렬로 세운 채 국민을 상대로 307계획을 발표했는데도 자료의 표지제목 조차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기존 순서보다 Strong, Speedy & Slim으로 배열하는 게 영어발음이 더 자연스럽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모습으로만 비친다"며 "군 지휘부가 개혁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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