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젖소를 합쳐 놓은 듯한 동물의 머리에 진홍빛 복숭아꽃이 풍성하게 피어났다. 그 주위를 차주전자와 모자, 그릇이 둥둥 떠다닌다. 1990년 첫 개인전부터 줄곧 동물형상, 복숭아꽃, 중절모를 꾸준히 그려온 중견 작가 임근우(51)가 서울 강남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코스모스-고고학적 기상도’라는 제목으로 31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유토피아를 꿈꾸고자 했다. 그는 “현대인들은 말의 역동성을, 젖소의 풍요로움을, 복숭아꽃이 상징하는 도원경(桃源境)을 꿈꾼다고 생각해 이를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중절모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주인공 모자를 본뜬 것으로 고고학자로서의 작가 자신을 뜻한다. 다기(茶器)는 현실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을 차(茶)의 정신성과 사유를 통해 가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의미한다.
임씨는 “유년 시절 고인돌 등 유물을 발굴해 과거를 알아내는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고, 등압선을 그려 미래를 나타내는 기상도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이번 전시는 과거를 다루는 고고학과 미래의 날씨를 다루는 기상도를 접목시켜 우주적 이치를 탐색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수주계약 체결과 관련,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에게 임씨의 ‘코스모스-고고학적 기상도’시리즈 중 한 작품(270만원)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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