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박물관은 한국의 인장(印章) 문화사를 총정리한 ‘한국인과 인장’ 특별전을 19일 시작한다. 9월 30일까지 하는 이 전시는 옛사람들과 현대인의 인장을 국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고, 근현대 한국 전각사를 대표하는 전각가들의 작품을 함께 내놓는다.
옛사람들의 인장은 문서를 봉할 때 쓰던 낙랑의 봉니(封泥ㆍ진흙봉인)부터 고려의 동인(銅印ㆍ구리 도장), 조선시대 관인과 왕의 국새, 왕실 어보, 보부상들이 각종 문서에 쓰던 상무인(商務印) 등을 두루 모았다.
옛사람들에게 인장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해서 작은 인장 안에 예술적 표현을 다하는 정성을 들였다. 조선 중기인 17세기 문신 홍석구가‘제일강산(第一江山)’이라고 손수 새긴 인장의 한문 글꼴과 배치는 오늘의 눈으로 봐도 놀랄 만큼 현대적인 조형미를 자랑한다. 흥선대원군이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를 새긴 인장이나, 선비들이 책에 찍던 장서인도 사용자의 인격과 취향을 엿보게 한다.
한국인이 누구나 도장 하나쯤 갖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 조선총독부령으로 ‘인감증명규칙’이 시행되면서부터다. 도장포가 생긴 것도 이때부터다. 전시장 안에 차려놓은 도장포에서 플라스틱 도장, 막도장 등 예전에 흔히 쓰던 것들을 볼 수 있다. 독립운동가, 정치인, 종교인의 도장과 우체국, 은행 등 공공기관의 도장도 모았다.
인장의 미학을 조명하기 위해 인장 분야의 명장 최병훈, 이동일, 유태흥의 작품을 모았다. 인장업은 2001년부터 대한민국 명장제도에 포함되어 지금까지 모두 6명의 명장이 배출됐다.
전각은 사방 한 치(가로 세로 각 3.03㎝)의 작은 공간에 아름다움을 새기는 ‘방촌(方寸)의 예술’이다. 구한말 위창 오세창과 성재 김태석을 필두로 현재 활동하는 원로 작가들까지 한국의 근현대 전각가 26명의 작품으로 전각 예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TV 드라마와 영화, 책 제목에 쓰여 낯익은 고암 정병례의 전각을 따로 모은 것은 전각의 현대적 변용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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