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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시나리오 보고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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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시나리오 보고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입력
2011.05.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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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만난 '마이 웨이' 주연 장동건 인터뷰 "아이가 커서 볼 영화… 작품 선택의 새 기준 돼"

얼굴은 가무잡잡해졌지만 말쑥한 옷차림이 여전히 눈부셨다. "잘 생긴 얼굴이 오히려 단점"이라는 역설적 우스개를 듣곤 하는 장동건의 근사한 외모는 프랑스 칸의 5월 햇볕과 잘 어울렸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에서 격동의 역사에 휘말린 주인공으로 7개월 넘게 살고 있는 그는 잠시 여유를 찾은 듯했다.

14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만난 장동건은 차분한 목소리로 '마이 웨이'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마이 웨이' 홍보 목적으로 마련된 제작보고회를 위해 칸을 찾았다. '마이 웨이'는 일제말기 일본군에 징병됐다가 구 소련 포로가 되고 소련군 병사로 독일군과의 전투에 참여했다가 다시 포로가 된 뒤 노르망디 전투에 독일군으로 투입되는 한 조선 청년의 굴곡진 인생을 그렸다. 제작비는 300억원으로 국내 영화사상 최고다.

-요즘 대작영화에 연달아 나오고 있다.

"꼭 의식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스케일 큰 작품들이 이어진다. 강박관념으로 선택하진 않았고 오히려 책임감과 부담이 크다. '마이 웨이'는 '워리어스 웨이'를 준비할 때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때는 강제규 감독이 제작만 하기로 했다. 너무 매력적인 내용이었으나 '강 감독님이 연출하면 지금 답을 드린다'고 말했다."

-강제규 감독과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7년 만에 만나게 됐다.

"나는 7년 동안 여러 작품을 했고 감독님은 한 작품도 하지 않았다. 얼마 전 혼자 따져보니 감독님이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었을 때 지금의 저보다 두 살이 많았다. 또 '쉬리'는 지금의 나보다 어렸을 적 연출했더라.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7년 동안 강 감독과 사적으로 만나왔고, 감독과 배우가 아닌 선후배 같은 느낌을 주고 받았다. 그래서 오랜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규모나 스케일이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커서 내색은 하진 않았지만 걱정을 많이 했다. 7년 동안 사적으로 보다가 다시 감독의 모습을 보니 좀 놀랐다. 내가 만나온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 감독이 감독으로서 가장 멋있을 때는?

"연출가로서의 능력 이외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질로 영화를 끌고 간다. 스태프가 너무너무 많으니 그 안에서 작은 알력도 있는데 그런 것을 잘 컨트롤하고 끌고 가는 힘은 연출력과 다른 것이다. 강 감독은 대인배 기질이 있다. 남들 상상하는 수위보다 크게 생각하니 남들이 따라가게 마련이다."

-'마이 웨이' 연기 중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언어다. 일본어를 아무리 완벽히 준비를 하더라도 갈증이 항상 남는다. 현장에선 준비한 것과 다른 것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대처를 잘 못하게 된다. 일본어 선생님과 대사 위주로 대화화고 녹음해서 듣곤 한다."

-영화 찍으며 힘든 고비가 있었나.

"지금 온 것 같다(그는 라트비아에서의 노르망디 전투 장면 촬영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찍어야 할 부분이 물리적 심리적으로 중요하고 부담이 가는 장면들이다. 고생의 크기가 예상이 된다. 그러니까 오히려 덜 힘든 장면을 찍을 때보다 여유는 있는 듯하기도 하다."

-전쟁영화 다시 찍으면서 후회도 많이 했을 듯하다.

"시나리오 볼 때 이 영화 찍다 잘못하면 죽는 것 아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는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다. 촬영을 시작했을 땐 심리적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끝나는 날이 과연 올까 하는 그런 느낌."

-중년이 돼 가니 인기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을 듯하다.

"인기가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지금은 그런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배우라 더 설렌다. 과거보다 훨씬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어 조금씩 인기가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 서운함도 있다. 설렘과 서운함이 공존하는 시점인 듯하다."

-주연 못하는 시점이 올 텐데.

"주연, 조연 구분이 개인적으로는 없다. 얼마나 역할이 독자적인가가 중요하다. 작은 역할이라도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되는, 존재감 있는 배우가 되면 좋은 것 같다."

-조만간 의외의 연기 행보를 기대해도 좋을까.

"조금 일상적이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한편에 있다. 그리고 최근 작품 선택 기준에 큰 변화가 있었다. 내 아이가 커서 내 영화를 볼 것이라는 기준이 새로 생겼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런 것이 혼재된 시기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중 아이가 만족할 영화는?

"아마도 아이가 재미있게 볼 영화는 '연풍연가'가 아닐까. 엄마 아빠가 나오니까. 인기를 지금 유지해야 된다는 바람이 생겼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진 내가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흘러간 이야기 해주기보다 아이가 내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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