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책임감 없이 정치입지만 모색" 거부감
한나라당 신주류를 형성한 소장파의 '젊은 대표론'에 역풍이 불고 있다. 구주류인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와 중진그룹 일부에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당의 위기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 모색에만 골몰한다"는 비판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를 주도하는 인사들 중 상당수는 원내대표 경선 승기를 몰아 단일화를 통해 전당대회(7월4일)에서 당권마저 거머쥐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남경필(46ㆍ4선) 정두언(54ㆍ재선) 나경원(48ㆍ재선) 의원 등이 이같은 대망론을 위한 후보군이다. 문제는 이들이 4ㆍ27재보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남 의원은 4선 중진이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적극 지원에 나서지 않은데다 "만날 쇄신 타령"이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 의원과 나 의원은 직전 당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맡았다. 소장파 주도 인사 중 일부는 재보선 기간에 "차라리 완패하는 게 낫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원희목 전 대표비서실장은 15일 통화에서 "정 전 최고위원 등은 4ㆍ27재보선 승리를 위해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느냐"며 "남에게 책임을 물을 땐 스스로에게 떳떳한지부터 물어야지 자기 반성을 해야 할 사람이 쇄신 어록 몇 개 남겼다고 승리자처럼 칼을 휘두르고 다녀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소장파의 '젊은 대표' 시나리오를 성사시키려면 친박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한나라' 소속 친박계마저 이들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이혜훈 의원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이 경력 세탁의 탈을 쓰고 전당대회에 나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얼굴마담이 아니라 리더십을 가진 지도부"라고 말했다. 구상찬 의원도 "생물학적 젊음보다 생각의 젊음이 중요하며 소장파 몇몇이 새로운 한나라를 발판으로 해서 뭔가 해보겠다는 것을 두고 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본21 간사이기도 한 김세연 의원도 "이전 지도부에서 막 사퇴하신 분이 바로 당 대표에 나서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중진그룹이나 다른 계파 의원들도 '젊은 대표론'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정몽준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의원은 "웰빙정당이란 지적을 받아온 한나라당엔 공주와 도련님은 그간 많았다. 이제는 당을 위해 희생할 무수리와 머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4선인 이경재 의원은 "나이가 젊다고 변화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나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처럼 젊은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을 실현시킬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장파의 정치적 새 둥지인 '새로운 한나라'에 대해서도 "가르마 타듯 특정 세력을 위한 분파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희목 전 실장은 "당의 쇄신은 특정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체의 요구인데도 쇄신파에 들어가지 않으면 수구로 몰고 있다"며 "몸집 불리기나 분파를 통해 억지로 쇄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구책 차원의 또 다른 분파가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친이계 권택기 의원도 "보수 정책이 무작정 잘못됐다며 당을 다 뜯어고치자고 할 바엔 차라리 당을 용도폐기하는 편이 낫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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