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하던 주식시장이 상품가격 하락과 미국의 성장률 둔화 등으로 고점대비 5% 내외의 조정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고용 부진 등 펀더멘털과 관련된 이슈가 불거진데다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발 악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연내 미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거나 실업률이 8% 미만으로 내려가는 것을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다. 최근의 악재는 단기 조정의 빌미는 될 수 있어도 길게 보면 오히려 증시에 우호적인 재료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기회복이 생각보다 천천히 진행될수록 기존에 풀어놓은 3조 달러의 유동성에 대한 환수 작업과 출구전략의 시행이 지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경기가 이중침체(더블딥)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회복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속도만 둔화되는 것이라면 증시에는 우호적 요인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금과 은에서 시작한 상품가격 하락세 역시 인플레 압력을 낮춰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따라서 최근에 불거진 악재들은 주식매도의 기회가 아닌 매수의 기회로 보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물론 성장률이 둔화된다거나 그리스가 망한다는 소식 등이 좋은 뉴스는 아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러한 악재들 때문에 6월말 2차 양적완화가 종료되어도 연내 출구전략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뭔가 부양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좋은 뉴스에 해당된다. 실제 미국 연방기금(FF)선물 금리도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1분기 이후에나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플레 압력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내 출구전략이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가 불거지고 성장률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잘 개선되지 않으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당근책은 쓸 수 있어도 긴축이나 출구전략과 같은 채찍을 들기는 어려워지는 법이다.
대내외 환경을 볼 때 5월이 증시에는 조심스러운 달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고점 대비 5% 이상 가격 조정이 발생한 현 시점에서는 코스피지수 2,100선이 붕괴되더라도 적극적으로 주식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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