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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못 믿을 군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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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못 믿을 군 병원

입력
2011.05.1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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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외과의사를 속칭 'Sawbones'라고 불렀다.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때 군의관들이 뼈가 상한 병사들의 팔다리를 무조건 톱으로 잘라내던 행태에서 비롯됐다. 애꿎은 병사들을 평생 불구로 만들거나 부실한 소독으로 숱한 병사들을 2차 감염의 희생자로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당시 군의관들을 통칭 'Butcher(도살업자)'라고도 불렀을까. 비슷한 시기 유럽 크림전쟁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비위생과 치료 미숙으로 군 병원의 사망률은 50%에 육박했다. 나이팅게일이 군 의료체계 개선활동에 진력한 것도 이 전쟁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 30년도 훨씬 넘은 군 신병시절, 애지중지하던 바로 아래 후임병이 돌연 사망했다. 별 것 아닌 화농을 치료하려 부대 의무실을 찾았다가 돌팔이 군의관이 기본적인 알레르기 반응검사도 없이 페니실린을 투약하는 바람에 허망하게 쇼크사한 사건이었다. 나중에 해당 군의관이 간단한 징계만 받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크게 분개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병사들은 부대 의료를 극도로 불신, 한동안 감기약 소화제까지도 외출 나가는 동료에게 부탁해 사먹었다. 지난 옛일이려니 했는데 요즘 잇따르는 군 의료사고들을 보니 고스란히 현재형이다.

■ 최근 뇌수막염에 타이레놀 2정만 처방 받아 숨진 훈련병서부터, 부대에서 암 치료시기를 놓쳐 숨진 여러 전역병들에 이르기까지 원인은 같다. 군 의료담당자들의 무성의와 실력 부족, 낙후시설이다. 금쪽같은 자식이 상할까 두려운 부모들은 제 돈 들여서라도 민간병원에 갈 수 있도록 애를 쓴다. 월터리드 등 미국의 유명 군병원과 의료진은 하버드나 존스홉킨스 못지 않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과 신뢰도를 자랑한다.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등 전ㆍ현직 대통령들이 군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거나 검진받는 수준이니 차마 우리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 젊은 목숨들을 줄줄이 잃고서야 뒤늦게들 호들갑 떠는 모양새도 마땅찮다. 새삼 들고나온 국방의학원은 이미 4년 전 제기됐던 방안이다. 장기복무 군 의료인력을 따로 양성하자는 이 안은 미국, 일본에선 30~40년 전부터 시행 중이다. 그런데도 제 밥그롯 건드리는 일이라면 죽어도 용납 못하는 기존 의사들의 반대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현 군의관의 97%가 간신히 과정을 마치고 그저 3년 병역의무나 후딱 때울 생각이나 하고 있는 초보의사들이다. 이런 아슬아슬한 군 의료체계에 50만 젊은이가 목숨을 내맡기고 있는 현실이 기막히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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