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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매화말발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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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매화말발도리

입력
2011.05.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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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산록이 하루가 다르다. 며칠 전만 해도 휑하던 숲이 어느새 신록이 우거져 더는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신갈나무 잎은 어른 손바닥만 해졌다. 늑장을 부리던 아까시도 새 잎을 밀어내느라 부산하다. 바야흐로 꽃보다 잎이 아름다운 시절이다. 계절의 여왕 자태에 눈이 다 시리다. 요즘 숲 속엔 신록과 잘 어울리는 흰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많다. 커다란 수형을 자랑하는 귀룽나무 흰 꽃은 벌써 졌으나 팥배나무 산사 산돌배 아그배 야광나무 등의 흰 꽃이 숲 속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부드러운 연두 잎과 순백의 꽃은 순결한 조화를 만들어 낸다.

■ 계곡 바위 틈에서 자라는 매화말발도리 꽃도 순백색이다. 많이 커야 1m 정도의 관목이지만 꽃핀 자태는 여간 맵시 있는 게 아니다. 끝이 몇 갈래로 나뉜 고깔 모양의 꽃송이는 작은 가지를 따라 다소곳하게 피어난다. 비슷한 종에 바위말발도리가 있는데, 묵은 가지에서 꽃이 피는 매화말발도리와는 달리 새 가지에서 꽃을 피워 구별된다. 국립수목원 이유미 연구관에 따르면 요즘 서울 근교 산에서 만나는 말발도리는 99.9% 매화말발도리다. 또 다른 유사종으로 지리말발도리와 해남말발도리가 있다.

■ 일본에서 들여온 둥근잎말발도리와 각시말발도리는 정원이나 공원 등에 많이 심는 원예종이다.화려하나 청초한 아름다움은 매화말발도리에 못 미친다. 매화말발도리는 당초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로 알려져 더욱 사랑을 받았다. 학명(Deutzia coreana)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 특산식물 종은 대개 학명 뒤에 한국을 뜻하는'coreana'가 붙는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 변이가 좀 있을 뿐, 서로 다른 종으로 알고 있던 일본의 나무와 같은 나무로 밝혀져 아쉬움을 주었다. 그 바람에 써오던 학명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 주말에 산에 갔다가 매화말발도리를 다시 보게 됐다. 강인한 생명력을 확인하고서다. 자라는 곳은 대개 좁은 바위틈이나 약간 패인 바위 절벽 면이다. 나무가 뿌리를 내릴 만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곳에 흙먼지가 조금이라도 쌓여 있으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린다. 뿌리와 줄기는 자라면서 더 많은 흙먼지와 낙엽 등을 쌓이게 하고, 이를 자양분 삼아 더욱 튼튼하게 뿌리를 내린다. 강한 비바람에도 끄떡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바위를 붙잡는다. 척박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생존공간을 만들어가는 그 생명력이 놀랍고 감동적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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