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나라의 체육 수업은 지식을 다루지 않는 기능교과로 간주돼 학교 현장에서 '찬밥' 신세가 되곤 했다.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주변 교과'라는 인식 때문에 고학년이 될수록 체육 수업은 자율학습으로 대체되거나 아예 수업 시간표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현상은 운동으로 신체의 에너지를 소비하면 학습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많은 연구 결과들은 운동이 뇌세포를 활성화하고, 운동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지능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펴낸 체육장학자료집 <체육교육의 새로운 가능성> 은 운동과 학습 효과의 연관성, 다양한 학교의 실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체육교육의>
▦ 공부 잘 하려면 운동 해야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아서 크레이머는 운동이 전두엽의 크기를 키운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전두엽은 의사결정, 멀티태스킹 능력, 집중력, 계획능력 등과 관련된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다. 연구결과 빠르게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난 후 심리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질문에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답했다.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교육국의 실험에서는 체력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타났다. 유산소능력, 체성분, 복근력, 유연성 등 체력을 측정하고, '캘리포니아 스탠다드 테스트'를 통해 측정된 학업성취도를 비교한 결과 특히 수학 성적이 체력과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 연구진은 운동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 뇌에 혈당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부분이 점차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뇌 기능을 유지하려면 꾸준한 운동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 유산소 운동과 복잡한 운동을 함께 하라
유산소 운동은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촉진하고, 뇌혈관과 세포를 만들어 낸다. 일본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주 동안 매주 두세번씩 20분 동안 천천히 달리기만 해도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의 향상돼 인지기능이 발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요가, 발레, 체조, 피겨스케이팅, 필라테스, 태권도 등 복잡한 운동을 할 때에는 뇌 전체에 퍼져 있는 신경세포가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규칙적인 리듬보다 불규칙적인 리듬에 맞춰 춤을 출 때 기억과 학습 등 뇌 기능이 활발해 진다는 것이다. 결국 요구되는 동작이 어렵고 복잡할수록 뇌가 활동 의존적 학습을 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 국내외 학교의 실천 사례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센트럴고교는 2005년부터 0교시 체육수업을 시작했다. 체육교사인 필 롤러는 학생들의 체력이 계속 저하되는 것에 의문을 갖고, 학생들을 관찰했다. 그는 학생들의 실질적인 움직임이 적다는 것을 발견하고, 몇가지 실험을 했다. 매일 아침 정규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을 1.6㎞ 정도 달리게 했다. 이후 체육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읽기 능력이 17% 향상됐다.
서울국제고 학생들은 매일 수업 시작전 운동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1학년은 태권도, 2학년은 라인댄스, 3학년은 조깅과 스트레칭을 한다. 이 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승단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태권도의 졸업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 성북초등학교 학생들도 오전 8시부터 아침건강달리기를 실시한다.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허들달리기, 뒤로달리기, 이어달리기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이 학교 송준호 교사는 "저학년 학생들은 잠시도 가만있지 못했는데 아침 달리기를 하고 나면 집중력이 높아져 지도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