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ㆍ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다른 금융상품과의 과세형평과 파생상품의 과도한 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2009년 발의한 이 법안은 2012년부터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 최고 0.01%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 다만, 업계 부담을 고려해 시행 첫 3년 동안은 과세하지 않고 2015년부터 0.001%의 탄력세율을 적용해 단계적으로 높여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번번이 본회의 문턱에서 좌절됐다. 3월 본회의와 4월 임시국회 본회의 상정에 모두 실패했고 이제 6월 임시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부산 지역 사회와 증권업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업계는 법안이 파생상품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고,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은 파생상품에 특화한 금융중심지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세계 17위에 불과하지만 파생상품 거래량은 세계 1위다. 1996년 파생상품시장 개설 당시보다 일 평균 거래량은 4,300배, 거래대금은 400배 이상 폭발적 성장을 거둔 것. 이런 상황에서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하면 파생상품과 연계된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이 어려워지고 되레 금융당국의 감독이 어려운 선도ㆍ스왑 등 장외 파생상품 시장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측의 대립은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더욱 심화하고 있다. 과연 핵심쟁점은 무엇이고 득실은 뭔지, 법안을 발의한 이혜훈 의원과 반대측 입장에 선 건국대 오세경 경영학과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 거래세 부과 찬성
"과세형평성 차원서 거래세 내야 탄력세 적용… 시장위축은 기우"
"유독 파생상품만은 거래세를 못 내겠다는 주장이 얼마나 일리가 있을까? 세금이 부담되어 시장이 위축된다고 정부를 위협하기 이전에 수수료부터 내리고 다른 금융상품들처럼 세금을 내는 것이 더 당당하지 않을까?"
주식, 유가증권 등 다른 금융상품들은 거래세를 내는데 유독 파생상품만은 못 내겠다는 주장이 얼마나 일리가 있을까? 증권거래세법은 거래세 부과 품목을 나열하는 열거주의로 시장에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오면 목록에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 법이 제정된 1978년 당시엔 파생상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래세 부과대상으로 열거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금융시장에 파생상품이 들어온 지 15년이 지났고 파생상품 거래규모 전 세계 1위로 도약한 지금은 다른 금융상품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거래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법안이 여야합의로 국회 기획재정위와 법사위를 통과했다. 고정세율을 정하지 않고 시장이 나빠지면 세율을 내릴 수 있게 탄력세율로 하되, 첫 3년간은 세금을 일절 매기지 않고 3년 후에도 '시장상황이 좋으면'이란 단서 하에 10만분의 1의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생상품학회 등 일부 학자들과 업계는 첫째, 거래세가 부과되면 시장이 위축된다는 논리로 반대한다. 주식과 유가증권에 거래세를 부과할 때도 시장이 위축된다는 논리로 반대가 심했지만 현재 우리 주식시장은 1,000분의 1.5 에 달하는 거래세를 부과하는데도 주가지수 3,000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해 왔다. 파생상품에 부과되는 세율은 10만분의 1에 불과하고 또 거래세가 부담이 될 정도로 시장이 나빠지면 세율을 대폭 낮출 수 있는 탄력세이기 때문에 시장위축은 기우다. 또 파생상품시장이 성장 궤도에 진입한 뒤 거래세를 매기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미 전 세계 1위 시장으로 성장한 지금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둘째, 거래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대만 밖에 없고 대만도 거래세 부과로 시장을 싱가포르에 뺏겼는데 왜 거래세를 부과하느냐며 반대한다. 사실왜곡이다. 우선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은 최고세율이 10분의 4나 되는 높은 세율의 자본이득세를 매기기 때문에 미미한 세율의 거래세를 매길 필요가 없다. 대만 주가지수선물상품은 대만시장에 상장되는 그 날부터 거래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거래세 부과 전에는 대만에서 팔리던 상품이 거래세 때문에 싱가포르로 옮겨갔다는 주장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또 대만은 우리의 4배나 되는 높은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데도 파생상품시장은 급속히 성장해 지금 대만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4%로 먼저 상장한 싱가포르의 46%보다 높다.
셋째, 차라리 자본이득과세면 동의하겠다고 한다. 2004년 자본이득과세를 도입하려 했을 때 파생상품시장을 죽이는 악법이라며 저지시켰던 바로 그분들 말씀이다 보니 진정성을 선뜻 믿긴 어렵지만 동의한다. 당연히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아직 기초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다른 금융상품도 자본이득과세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인프라가 갖춰질 때까지 주식과 증권은 높은 거래세를 내고 파생상품은 안내는 불평등을 지속하기 보다는 일단 거래세 틀 안에서 상품간 과세형평성을 먼저 이루고 거래세 틀 자체를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실을 봐서 소득도 없는데 세금을 내는 거래세는 맞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주식도 손실을 봐도 세금을 내고 있으니 설득력이 떨어지고 소득 있을 때만 과세하는 자본이득과세로 빨리 전환하기 위해서도 거래세가 필요하다.
넷째, 거래세수가 미미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반대한다. 거래세 부과의 목적은 세수확보가 아니라 다른 금융상품간의 과세형평성이다. 또 세수가 미미하다는 주장은 거래세 부과로 시장에 부담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결국 시장위축은 기우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업계와 거래소는 수수료가 부당하게 높으니 내리라는 감사원의 거듭되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거래세의 최고 1,500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수료를 조금만 내려도 거래세 부담은 아예 없어진다. 자기들이 받는 부당한 수수료의 몇 천분의 일도 안 되는 세금이 부담되어 시장이 위축된다고 정부를 위협하기 이전에 수수료부터 내리고 다른 금융상품들처럼 세금 내는 것이 더 당당하지 않을까?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 거래세 부과 반대
"시장적 관점 아닌 정치적 관점 실익 별로 없고 효율성만 저해"
파생상품은 기본적으로 거래 당사자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소득이 아닌 계약 자체에 세금을 매기는 꼴이 된다. 시장 거래위축이 불을 보듯 뻔한데 '한 번 해보고 아니면 말자' 식의 정책은 곤란하다.
국회 법사위는 2013년부터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서 0.01%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지난 3월 통과시켰다. 본회의 상정이 유보돼 있는 상황에서 본 법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자 한나라당은 4월 28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였는데, 본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혜훈 의원은 과세의 형평성, 세수 확보, 과도한 투기 억제 등의 이유를 들어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일견 이 의원의 주장은 타당한 것처럼 보이나 잘못된 주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본 개정안은 '시장적 관점'이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파생상품 거래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명분상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에 따른 실익은 별로 없는 반면 시장의 효율성만 크게 저해한다면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입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조세 형평성 운운하면서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서만 거래세를 부과하고 장외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부과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가 된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개정안이 '파생상품(derivatives)'이란 상품의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은 기본적으로 거래 당사자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소득이 아닌 계약 자체에 세금을 매기는 꼴이 된다. 유가증권의 경우에는 실제 결제금액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고 또 매수자나 매도자가 '윈-윈' 상황에서 거래세를 부담할 수 있지만, 파생상품의 경우에는 결제금액이 아닌 계약상의 명목금액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는 잘못이 발생하고 또 항상 제로섬 거래이기 때문에 거래세가 상당히 부담이 된다.
아울러 거래세의 도입은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과 유동성을 위축시켜 시장의 효율성을 훼손할 것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설문 조사 및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장내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시 거래규모가 4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대만을 제외한 세계 모든 국가가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987년 거래세를 도입했던 일본은 세수확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시장의 유동성만 축소시키자 1999년 폐지했고, 미국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가 논의됐지만 시장에 미칠 파장 때문에 입법과정에서 번번히 무산되었다. 인도는 거래세를 부과하기 전에 법을 폐기했다. 유일하게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대만조차도 싱가포르에 거래량의 대부분을 빼앗기자 세율을 계속 인하하여 현재 0.004%로 유명무실한 수준까지 낮춘 상태다.
이 의원은 3년간 0% 세율을 적용하고 시장상황이 좋아질 때 0.001%의 세율을 부과함으로써 시장 거래위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의 0.01% 세율은 최고 상한세율일 뿐이고 시장상황을 봐가며 탄력세율로 운용하면 된다는 논리이다.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시장 거래위축이 불을 보듯 뻔한데 '한번 해보고 아니면 말자'식의 정책은 곤란하다. 이 의원이 제시하는 그런 낮은 세율로는 세수확보 차원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파생상품 거래량 감소로 파생상품의 세수확보는 적고, 연계시장인 현물시장의 거래 위축으로 현물시장의 거래세가 감소하여 오히려 이전보다 세수가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현물 거래대금과 달리 명목 거래대금이므로 양 시장을 거래대금으로 단순 비교하여 시장의 과열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 개설 초기에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매우 높았으나 지금은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 중심 시장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파생상품시장이 과열되었다고 할 수 없다.
대만 이외의 모든 나라에서 부과하지 않고 있고 또 모든 관련인들이 반대하고 있는 파생상품 거래세를 국회는 왜 굳이 도입하려고 하는가. 다시 한 번 정치적 관점이 아닌 시장의 관점에서 본 사안이 논의되기를 바란다.
오세경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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