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을 주웠다. 버스주차장에 서 있다가 주웠다. 옛 동전이 아니라 새 동전이었다. 크기가 작아져 처음에는 1원짜리로 알고 주웠는데 10원짜리였다. 버스주차장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이다. 아무도 바닥에 떨어져 반짝이고 있는 그 동전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주웠다.
내가 사는 면 단위 시골에서도 10원의 가치가 이렇다. 탓할 처지도 못된다. 신용사회를 살며 카드결제를 하고 뱅킹을 이용하니 10원짜리는 구경하기가 어렵다. 나의 경우 교통비, 커피, 음식, 책값 등을 현금으로 내는데 10원은 계산단위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10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10원짜리 동전은 1966년에 처음 나왔다. 그때 어린 나에게는 큰돈이었다. 어른들이 주는 용돈이 10원짜리 동전 몇 개였고, 그 동전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1970년 100원짜리 동전이 나오기 전까지 10원짜리 동전은 부모님께 손을 몇 번이나 내밀어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주운 동전은 2008년에 발행됐다.
작아도 여전히 다보탑이 들어 있다. 다보탑 양편으로 십 원이라 적혀있다. 옛 10원짜리 동전 만드는 데 원가가 40원이나 들어 새 동전을 만들었다. 지금 동전은 6원의 원가가 든다. 6원으로 만든 10원짜리 동전. 주워도 횡재한 기분이 안 드는 10원. '너도 나를 버릴 거지'라며 나를 빤히 보았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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