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10원을 줍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10원을 줍다

입력
2011.05.15 11:26
0 0

10원을 주웠다. 버스주차장에 서 있다가 주웠다. 옛 동전이 아니라 새 동전이었다. 크기가 작아져 처음에는 1원짜리로 알고 주웠는데 10원짜리였다. 버스주차장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이다. 아무도 바닥에 떨어져 반짝이고 있는 그 동전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주웠다.

내가 사는 면 단위 시골에서도 10원의 가치가 이렇다. 탓할 처지도 못된다. 신용사회를 살며 카드결제를 하고 뱅킹을 이용하니 10원짜리는 구경하기가 어렵다. 나의 경우 교통비, 커피, 음식, 책값 등을 현금으로 내는데 10원은 계산단위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10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10원짜리 동전은 1966년에 처음 나왔다. 그때 어린 나에게는 큰돈이었다. 어른들이 주는 용돈이 10원짜리 동전 몇 개였고, 그 동전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1970년 100원짜리 동전이 나오기 전까지 10원짜리 동전은 부모님께 손을 몇 번이나 내밀어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주운 동전은 2008년에 발행됐다.

작아도 여전히 다보탑이 들어 있다. 다보탑 양편으로 십 원이라 적혀있다. 옛 10원짜리 동전 만드는 데 원가가 40원이나 들어 새 동전을 만들었다. 지금 동전은 6원의 원가가 든다. 6원으로 만든 10원짜리 동전. 주워도 횡재한 기분이 안 드는 10원. '너도 나를 버릴 거지'라며 나를 빤히 보았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